가치외교→실리외교…尹, 외교정책 전환하나 [이슈&뷰]
“미국·중국 선택의 문제 아냐”
한미동맹 강화로 안보 확보
중국과 경제적 협력도 병행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임기 전반부 ‘가치외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집권을 맞은 임기 후반부 ‘실리외교’로의 기조 전환을 시사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현지 일간지 ‘우 글로부’, ‘폴랴 지 상파울루’와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신행정부 출범으로 예상되는 미중 간 전략경쟁에 대한 질문에 “미중 관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관련기사 8면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대중(對中)외교에 대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또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외교기조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치외교 기조를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착화한 신(新)냉전 구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자유진영 국가들과의 연대에 적극적이었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전략적 모호성’은 여전히 탈피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미중 사이에서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외교 기조에 대해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외교기조의 중심축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 구축에서 중국과의 관계 발전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는 예측불확실성이 높은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시기를 맞아 외교적 공간을 넓히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거론되는 등 국제질서의 재편이 예상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담판이 가능한 만큼 북미 관계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고, 동맹도 거래 관계로 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통치 스타일을 고려할 때 한미 방위비분담금 인상 등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북한의 도발과 러북 밀착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기 후반부 ‘트럼프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1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에서 “2년 전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졌을 때,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에 대한 공통의 신념에 기반해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기로 하고, 양국 협력에 대한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며 “중국은 우리가 안보,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중요한 국가”라고 말했다.
체제는 다르지만 중국이 ‘국제주의’, ‘개방된 시장’을 강조하고 있고, 이런 지향점이 양국 간 일치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전략적 협력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외교기조 전환에 대해 “2년 반 동안 우리의 외교전략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며 “우리의 국익을 중시하는 외교로 하나는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는 경제이익을 확보하는 것”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리우데자네이루 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안보와 경제에 있어서 투명성이 강하고, 일관되며, 예측 가능하고, 서로 긴 시간을 믿고 협력을 지탱해 나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다보니, 우연히 그런 나라들이 자유 가치와 민주주의적 경향을 띤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국익을 추구하다 보니 평화를 사랑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나라와 먼저 협력이 자연스럽게 됐고, 그런 점에서 한미동맹을 통해서 전쟁을 막아 왔고, 안보를 확보해 왔다”며 “최대의 통상 파트너인 중국과도 충분히 투자와 협력을 하고 기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는 동맹국인 미국과 가장 깊이 먼저 논의해야 하고, 그런 현안이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호혜적으로 한중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우데자네이루=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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