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부동산 공시가, 시세 변동분만 반영... ‘현실화율’ 69% 유지

국토부 ‘2025년 부동산 가격 공시 위한 현실화 계획 수정안’ 보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3년 연속 2020년 수준(아파트 기준 69%)으로 유지된다.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수립 전인 2020년 수준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를 추진했으나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또 다시 ‘동결’이란 임시 조치를 쓴 것이다. 이에 내년도 공시가격은 인위적인 시세 반영률 인상 없이 부동산 시세 변동만 반영해 움직이게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부동산 가격 공시를 위한 현실화 계획 수정방안’을 보고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 같은 세금 부과는 물론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등 67개 분야에서 활용되는 지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실제 부동산 보유액에 따라 세부담을 공평하게 지우겠다”며 2020년 부동산공시법을 개정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세우고 “아파트는 2030년까지,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국민의 세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아파트 시세가 떨어졌음에도 세액은 늘어나는 ‘역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지속됐다. 이에 정부는 2023년 공시가격부터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한편,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주관 민생토론회에서 현실화 계획 폐지를 결정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는 대신, 전년도 공시가격에서 시장 변동률만 반영해 다음해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부는 결국 내년에도 과거처럼 2020년 수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현실화 계획이 목표한 2025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8.4%(아파트 기준)이나, 이를 적용하지 않고 69%로 동결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시행해, 곳곳에서 부작용이 드러나고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시켰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현실화 계획이 수립되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해왔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올해와 동일한 현실화율(아파트 69%, 단독주택 53.6%, 토지 65.5%)이 적용됨에 따라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은 올해 공시가격에서 시세 변동분만 반영될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올해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에 공시가격도 하락할 전망이다. 반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포·용산·성동구 등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들은 공시가격이 인상이 불가피해 그만큼 보유세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토부는 9월 발표한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에서 밝힌 ‘균형성 제고 방안’은 내년도 공시가격에 최대한 적용할 계획이다.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과 감정평가사들이 표본 주택의 공시가격을 매기면, 지자체가 이를 토대로 나머지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평가 주체가 다르다보니 같은 아파트 단지나 인접한 지역에서 공시가격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생긴다. 국토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사자가 입력한 공시가격(안)을 시·군·구 단위로 평가하고, 공시가격이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지역을 심층 검토지역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심층 검토지역을 중심으로 국민 부담이 최소화되는 한도 내에서 공시가격을 다시 정한 후, 외부 전문가 최종 검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내년 1월1일 기준으로, 3월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