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 나를 잊지 말아요 [뉴트랙 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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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는 편지가 진솔함을 가질 때, 그것은 더 이상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게 된다.
그러나 결국 태연의 도착지는 "이제야 말하는 날 미워하지 마"라는 스스로에 대한 포용이다.
청명한 기타 사운드가 나부끼듯 귓가에 맴돌고, 태연의 목소리와 함께 슬며시 끼어든 잔잔한 드럼이 풍부한 느낌을 주면서, 후렴의 "어쩜 우린 Disaster"에 도달했을 때 세기를 강으로 높인 태연의 보컬이 전율하는 벅찬 감상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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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나에게 쓰는 편지가 진솔함을 가질 때, 그것은 더 이상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게 된다. 누군가의 진실한 고백에 감동하고, 위로를 받으며, 또 슬퍼하고 웃는 것은 결국 타인의 경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공감이란 같은 경험을 했거나, 같진 않아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전이다.
소녀시대 태연이 서른다섯 끝자락에 꺼내든 앨범은 표면적으로 '나'를 향하지만, 내면적으론 '다수'를 향한다. 누구나 인생의 부침을 겪지만, 아프고 슬픈 것들은 잘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태연은 새 앨범 'Letter To Myself(레터 투 마이셀프)'로 자신의 여러 감정과 마주하면서, 타인의 감정까지 격하게 끌어안는다. 그럴 수 있는 건 태연의 목소리에 유착된 첫 음절부터 선명하게 느껴지는 진실, 진솔, 진정과 같은 파동들이다. 감정을 치밀하게 실어넣은 태연의 목소리는 타자의 내면을 툭툭 건든다.
태연은 앨범 1번 트랙이자 타이틀 곡 'Letter To Myself'에서 "내가 날 울리던"이라며 감정의 주체를 자신에게 고정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 노래를 통해 할 말들은 "삼켜왔던 단어들로 솔직한 이야기를 적어"간 것이라 털어놓는다. 그의 삶의 과정들은 "멍든 마음과 흉터"를 남기기도 했고, 세상의 억압으로 "잊었던 내 모습"을 깨달을 때면 번뇌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태연의 도착지는 "이제야 말하는 날 미워하지 마"라는 스스로에 대한 포용이다. 노래 말미에 "다시는 놓치지 않아 날"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마음을 단단히 다잡는다.
록 사운드를 곁들인 팝 장르의 'Letter To Myself' 선율은 이 같은 가사의 감정 진폭을 신랄하게 떠받든다. 단출한 신스사운드로 도입을 시작하다가, 후렴구인 "My head(마이 헤드)"에서 폭발하듯 때려 박은 밴드 사운드로 극적이게 전환된다. 요즘 흔히 쓰이는 멜로디나 사운드의 작위적인 변주가 아닌, 음(音)의 레이어를 두껍게 쌓는 식으로 정돈된 변주를 들려준다.
태연은 "타이틀 곡 선정을 위해 의견이 분분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회사와 전 다른 길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는데, 'Letter To Myself'는 태연의 선택이다. 자신이 어떤 노래를 해야 할지 잘 아는 영리한 이 아티스트는,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여느 때처럼 또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 이 곡은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TOP 100 실시간 차트에 8위(18일 오후 7시)로 진입했고, 최고 6위(19일 오전 8시)까지 찍었다.
회사가 타이틀로 밀었던 'Disaster(디재스터)'도 그냥 흘려듣기 아쉬운 곡이다. 청명한 기타 사운드가 나부끼듯 귓가에 맴돌고, 태연의 목소리와 함께 슬며시 끼어든 잔잔한 드럼이 풍부한 느낌을 주면서, 후렴의 "어쩜 우린 Disaster"에 도달했을 때 세기를 강으로 높인 태연의 보컬이 전율하는 벅찬 감상을 안긴다. 명료하게 대중적이면서 귀에 꽂히는 음률이다. 하지만 "더 찬란하게 부서져"라는 가사처럼, 끝이 절망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뛰어드는 사랑의 감정을 모순되게 표현한 이 곡이 "주체이자 객체가 되어 스스로를 긍정하며 나아가는" 메시지를 담은 앨범의 타이틀이 되기엔 맥락이 맞지 않기도 하다.
태연은 'Letter To Myself'의 모든 곡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당당히 마주한다. 나를 잃어버리기 쉬운 세상에서 주저하지 않는 태연의 단단한 목소리는 참으로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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