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의 파격 ‘1섬 1뮤지엄’…그 시작은 ‘숨결의 지구’ [요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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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대파, 양파를 더 심는다고 해도 안 될 일이에요."
한국 최대의 다도해 지역인 신안군 곳곳 섬마다 현대미술 전시 인프라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
그 안은 이탈리아산 용암석 타일로 이뤄져 있다.
한편 신안군의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는 총 27개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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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대파, 양파를 더 심는다고 해도 안 될 일이에요.”
인구 소멸로 사라질 위험에 처한 전남 신안군에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박우량 신안군수가 꺼내든 카드는 ‘미술관’이었다. 농작물을 더 심어 특산물이 많아진다 한들 젊은 사람들이 섬에 자발적으로 찾아오기는 만무하다는 게 박 군수의 설명이다. 그렇게 ‘1섬 1뮤지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한국 최대의 다도해 지역인 신안군 곳곳 섬마다 현대미술 전시 인프라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
첫 결실은 도초도에 들어선 올라퍼 엘리아슨(57)의 작품 ‘숨결의 지구’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1시간여 만에 당도할 수 있는 도초도는 인구 24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이곳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도초수국정원 언덕에 직경 8m에 달하는 공 모양의 구조물이 자리를 잡았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인 엘리아슨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품은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도초도의 화산 지형 위에서 자연과 고요히 어우러진다. 작가는 “우리는 지구가 없으면 안 되지만 지구는 인간이 없어도 괜찮다”라며 “지구도 우리와 똑같은 권리를 가진 하나의 인격으로 대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지구의 자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든 결정적인 배경이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는 예측 가능성의 아트지만, 아트는 예측 불가능성의 정치”라며 “지금 우리는 매우 불안정한 기후 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캄캄한 터널을 통과해야 완만하게 솟아 있는 작품의 내부로 들어설 수 있다. 그 안은 이탈리아산 용암석 타일로 이뤄져 있다. 붉은빛, 녹빛, 청록빛 타일이다. 천정의 열린 틈으로 빛이 스며들고, 그 빛이 형형색색의 타일 위를 타고 흘러내리며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채로운 색채가 반짝인다.
무엇보다 작품 안에서는 모든 경계가 흐려진다. 위와 아래의 구분이 없다. 시작도 끝도 없다. 무한히 이어지는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렇게 바람이 스치고 빛이 흔적을 남긴다. 온기가 공간을 감싼다. 이런 모든 흐름이 마치 지구의 숨결처럼 숨 쉬면서 관람객은 거대한 생명의 일부로서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무감각하고 둔해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감해지려고 노력했고, 도초도를 방문해 주민들의 열정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다”며 “군수, 주민, 총괄기획자, 작가인 나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가는 모습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작품은 오는 25일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신안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받고 최대 5명까지 입장해 5분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신안군의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는 총 27개소다. 현재까지 조성이 완료된 곳은 17개소, 추진 중인 곳이 10개소다. 세계적인 작가와 공동작업을 하는 곳은 4개소로, 그 첫 번째가 도초도에 조성된 엘리아슨의 작품 ‘숨결의 지구’다.
이어 내년에는 안좌도에 야나기 유키노리가 설계에 참여하는 ‘플로팅 미술관’이, 내년 말에는 비금도에 안토니 곰리의 작품 ‘엘리멘털’, 2026년에는 자은도에 마리오 보타와 박은선의 ‘무한의 미술관’이 차례로 완공될 예정이다. 작품 ‘숨결의 지구’는 최초 계획에서 설치까지 6년이 지났고, 사업비는 47억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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