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 네타냐후, 재판 출석 미루려 첩보기관 ‘신베트’까지 동원?
협조 않자 ‘조명탄 사건’ 빌미 국장 해임 검토
전쟁을 핑계로 자신의 부패 혐의 재판 출석을 미루려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법원에서 재판 연기 요청이 거부되자 이번에는 첩보기관을 압박해 재판 연기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국내 첩보기관인 신베트는 네타냐후 총리 측 요구를 거부했고, 이에 신베트 수장이 곧 해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측은 최근 ‘보안상의 이유’로 총리의 재판 출석을 피할 수 있도록 법원에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신베트를 압박했다. 총리가 법원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오래 머무는 것은 보안상 위험이 크다는 이유다.
그러나 신베트는 해당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하는 것을 거부했다. 아울러 총리가 계획대로 재판에서 증언하면서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 측근들은 신베트 수장인 로넨 바르 국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국방부 관리들은 “바르 국장에 대한 해임 압력은 네타냐후 총리의 요구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레츠에 말했다.
이스라엘 인터넷 매체 왈라도 지난 16일 밤 네타냐후 총리의 사저에 조명탄이 떨어진 사건을 빌미로 총리실이 바르 국장 해임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총리 사저에 조명탄 2발을 쏜 용의자 3명을 체포했는데, 이들은 모두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던 인물이며 이 중 1명은 예비역 장교라고 밝혔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레바논 전쟁으로 너무 바쁘다는 이유를 들며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부패 혐의 재판 출석을 10주 연기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재판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예정대로 법정에서 증언해야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각종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2019년 11월 기소됐다. 그는 세금 우대 입법 등을 대가로 해외 사업가들로부터 샴페인과 시가, 보석 등 19만5000달러(약 2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한 일간지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는 대가로 유리한 보도를 요구한 혐의, 통신업체 베제크에 2억5000만달러(약 3513억원) 상당의 규제 혜택을 제공한 대가로 베제크 계열 매체에 우호적인 기사를 요구한 혐의 등을 받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의도에 따른 기소”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유죄 판결을 피하기 위해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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