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징역형에 패닉 상태… 尹정권 겨냥 ‘전복 전략’도 힘들다[허민의 정치카페]

허민 기자 2024. 11. 1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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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유죄 충격’ 이재명
‘피선거권 박탈형’에 충격… “나 죽지 않는다”는 ‘不死의 주문’은 “나 떨고 있니”라는 뜻
신속 재판 공포에 정권 임기단축 위한 ‘전복 전략’ 꿈꾸지만… 민심은 거의 무반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패닉에 빠졌다. 무엇보다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수도 있는 ‘피선거권 박탈형’에 충격받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신속한 재판 원칙에 따라 법원의 최종심이 빨라질 경우 이재명을 정점으로 하는 일극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은 멀고 사법적 결정은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전복 전략(subversive strategy)’을 구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징역형 이후 이재명

이재명 대표는 잔뜩 독이 올랐다. 그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외쳤다. 전날 법원의 선고와 관련, 군중을 향해 건재함을 내보이려 했다.

이 대표는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 싸움이 시작됐다”면서 “포기하지 말고 손가락 하나라도 놀리고 전화라도 한 통 하고 댓글이라도 쓰라”고 군중을 독려했다. 함께 있던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그의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는 발언은 기자에게 낯설지 않다. 그와의 취재나 밥자리 등에서 주술과도 같은 ‘불사(不死)의 주문’을 확인한 터였다.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내내 각종 혐의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재판장을 오가면서도 기자에게 “저 이재명, 안 죽습니다”라고 말했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소년공 시절 작업반장에게 구타당해 청각 장애를 얻었을 때에도, 프레스 기계에 팔이 눌려 산재를 당했을 때에도, 중·고교·대학을 모두 검정고시를 거쳐 진학하는 모진 삶의 궤적 속에서도 그는 “나는 죽지 않는다”를 주문처럼 외웠다.

하지만 불사의 주문과 다짐은 불안과 공포의 반영이다. “나 죽지 않는다”는 건 곧 “나 떨고 있니”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의 다선 A 의원의 말이다. “국회 다수당이자 제1야당의 대표이며 여야를 통틀어 가장 막강한 대권 주자로 평가받는 자신이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공포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선거법 1심 선고 이후 당 공식회의나 장외집회 등을 제외한 일부 비공개 만남이나 식사 약속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대표실은 “이 대표 상태가 외부 인사를 만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하고 있다.

◇신속 재판의 공포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1심 선고 기일을 며칠 앞둔 날 기자와 만난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은 두 가지를 확신했다. 첫째, 무죄 선고. 그는 “법리로 보거나 증거로 볼 때 무죄가 나올 것이며, 설혹 유죄라 하더라도 100만 원 미만의 형이 나와 대선 출마 자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선거권 박탈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둘째, 유죄든 무죄든 당 대표직이나 대권 주자로서의 당내 위상은 건재하다는 것. 정 의원은 이미 권리당원들의 당무 참여를 허용하도록 당헌 당규를 개정한 상황이고, 이들 열성 당원과 지지층이 존재하는 한, 이 대표의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첫 번째 예상은 빗나갔다. 선거 과정에서의 ‘소극적 거짓말’은 단죄할 수 없다는 ‘권순일 판례’는 적용되지 않았다.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유포라는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 권순일 대법관의 견해를 받아들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9도13328)은 더 이상 전범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문제는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건재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이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옮아갈 수도 있다. 이번 선거법 재판은 지난 2022년 9월 기소된 이후 799일 만에야 1심 결론이 났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 대법원장은 전반적인 재판 지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선거법에 명문화된 ‘6-3-3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3-3 규정’이 적용된다면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은 내년 2월 중에, 최종심은 내년 5월 중에 끝난다. 고위직 판사 출신의 변호사 B 씨는 “이미 1심에서 광범위한 증거 조사와 증인 신문이 이뤄졌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속한 재판 원칙을 주문하고 있어서 빠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복 전략

인간의 불안이나 고립, 공포심 등은 종종 파괴적 행동을 만들어낸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 파괴의 해부’에서 심리적 고립감과 무력감, 좌절감이 파괴적 본성을 부르고 이는 르상티망에 의해 촉진된다고 피력했다. 조직 리더의 파괴적 행동은 라이벌에 대한 ‘전복 전략’으로 구현된다. 윤석열 정권을 반민주로 내모는 적대적 프레이밍 전략, 경쟁자를 악마화하는 갈등 심화 전략, 지지층의 불만을 정적으로 돌리는 희생양 전략, 대중에 자신의 정당성을 확신하게 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대중동원 전략 등이 이에 속한다.

이 대표가 “민주주의 대 반민주주의 싸움이 시작됐다”고 한 건 적대적 프레이밍 전략, 박찬대 원내대표가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라고 한 발언은 갈등 심화 전략, 친명이 윤 대통령 부부를 악마화하면서 이 대표의 사법적 위기를 정치 탄압으로 전환하려는 건 희생양 전략, 이 대표가 “댓글이라도 쓰라”면서 군중의 집단행동을 유발하려는 행위는 대중동원 전략의 생생한 사례다. 이는 모두 ‘전복 전략’으로 통한다.

‘전복 전략’은 이미 한 차례 진지하게 검토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국회로 넘어온 ‘이재명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민주당이 심각한 위기에 빠지자 친명 진영은 특단의 대책을 계획했다. 진보 시민사회와 손잡고 1987년 6월항쟁 때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와 같은 대정부 투쟁기구를 결성하는 문제를 논의했던 것. 친명 C 의원은 “시민사회의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던 데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기각하면서 범국민 투쟁기구 결성 논의는 일단 중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법 재판에서 충격적 결과를 받아든 이 대표와 친명은 또다시 윤 정권에 대한 전복 전략을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와 ‘대통령 파면 국민투표 개헌연대’ 등이 전면에 선 형국이다.

◇시간과의 싸움

이재명 대표는 이제 시간과의 싸움 앞에 섰다. 하지만 전복 전략 실행을 위한 민심은 전혀 무르익지 않았다. 주말 장외집회에 모인 숫자가 그걸 말해준다.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는 불사의 주문은 그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 설명

‘6-3-3 규정’은 선거범에 대한 재판을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끝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상 규정. 선거법 제270조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제규정’으로 명시된 내용.

‘인간 파괴의 해부(The Anatomy of Human Destructiveness)’는 에리히 프롬의 저서. 인간의 파괴적 행동 및 폭력성의 원인과 과정을 생물학적 본능을 넘어 사회적 요인을 통해 분석한 책.

■ 세줄 요약

징역형 이후 이재명 : 李 대표가 징역형 선고 후 패닉에 빠져. 무엇보다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수도 있는 ‘피선거권 박탈형’에 충격받음.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는 ‘불사의 주문’은 곧 “나 떨고 있니”의 다른 표현.

신속 재판의 공포 : 선거법 1심 판결에서는 선거 과정의 ‘소극적 거짓말’은 단죄할 수 없다는 ‘권순일 판례’는 적용되지 않아. 앞으로 신속한 재판 원칙에 따라 법원의 최종심이 빨라지면 이재명 일극체제 붕괴할 수도.

시간과의 싸움 : 이재명 대표와 친명은 ‘적대적 프레이밍-갈등 심화-희생양-대중동원’ 등 전략으로 윤석열 정권의 탄핵이나 임기 단축 등 전복을 꿈꿀 것. 하지만 ‘전복 전략’ 실행을 위한 민심은 전혀 무르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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