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상, 약속한 ‘월급 반납’ 대신 기부…‘기부처’는 안 알려줘

사직서도 아직 인사혁신처에 전달 안돼

지난 7월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인권위 이충상(왼쪽) 상임위원과 김용원 상임위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인권위 정기회의를 보이콧하고도 고액의 급여를 받는 게 직무유기라는 지적을 국회에서 받자 “월급을 반납했다”며 이전에 했던 약속을 지켰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외부 단체에 기부했다고 했는데, 기부처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인권위 제출 자료를 19일 보면, 이충상 위원은 월급을 국고에 반납하는 방법이 현행 국가공무원법상 불가능해 10월15일 외부 단체에 두 달분 세전 월급의 절반 금액인 13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서적 또는 비품을 사서 인권위에 기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절차가 간단하지 않아 외부에 금전으로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직원 의견을 따랐다고 한다. 다만 이충상 위원은 국회는 물론 인권위에도 기부처를 밝히지 않았다.

이충상 위원은 이날 오전 기부처를 묻는 한겨레의 문자메시지 질문에 “정치와 전혀 관계없는 단체”라고만 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님들도 기부받은 단체를 익명처리해서 영수증을 제출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부처가 어디냐고 물었음에도 답을 못 들었다”는 게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인 추미애 의원실의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이 상임위원은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으로부터 ‘월급 반납’ 여부에 대한 질의를 받은 뒤 “현금으로 반납했다”고 답했다. 앞서 8월27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이 상임위원은 “제 두 달치 급여의 절반을 인권위에 반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이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전원위·상임위 보이콧으로 인권위 업무를 마비시키면서 한 달에 1000만 원이 넘는 높은 월급을 받고 업무추진비와 관용차를 사용했다”고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은 지난 6월24일 전원위에서 본인들 주도로 상정한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이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원위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후 총 4차례의 전원위와 11회의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당시 모든 인권위 주요 안건 상정이 멈춰 섰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제도가 없어 기부로 이를 대신했다고 한다면 해당 기관이나 단체를 밝혀 실제 기부가 이뤄졌는지 확인을 시켜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실제 기부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국회에서 한 약속이 이행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추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6일 제출한 이충상 상임위원의 사직서는 13일이 지난 이날까지 인사혁신처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 고위직의 사직서는 인사혁신처로 전달된 뒤 대통령실에서 수리한다. 박진 사무총장의 경우 10월14일 사직서 제출 뒤 16일만인 10월30일에 대통령실 수리까지 진행된 바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