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머스크 대 박힌 엡스타인…트럼프 참모진 신구 갈등 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이번 대선 승리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의 오랜 참모인 보리스 엡스타인이 내각 인선으로 갈등하고 있다고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 간 갈등은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를 엡스타인이 추천한 일 등과 관련해 지난주에 불거졌다. 머스크는 엡스타인이 트럼프 당선인의 법무장관과 일부 백악관 참모 인선에서 너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닌지 견제했고, 엡스타인은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에 대해 머스크가 의문을 제기하자 발끈했다는 것이다. 게이츠 지명자는 과거 17세 여성 성 매수를 했다는 의혹 등으로 상원 인준 통과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팀 캠프가 차려진 플로리다주 트럼프 자택 마러라고에서 지난 13일 다른 손님들과 함께 만찬 하던 도중 격한 언쟁을 벌였다. 특히 머스크가 이 자리에서 인사 정보를 포함한 정권 인수팀의 각종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책임을 엡스타인에게 돌리자, 엡스타인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하며 “엄청난 폭발”이 있었다고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두 사람 사이 균열은 신구 실세 간 “라이벌 관계를 예고한다”고 악시오스는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떠오른 ‘굴러온 돌’ 머스크와 오랜 기간 충성심을 검증받은 ‘박힌 돌’ 간 권력 다툼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라는 것이다. 엡스타인은 게이츠 지명자 외에도 윌리엄 맥긴리 백악관 수석법률고문, 토드 블랑쉬 법무차관 등 지명에 영향을 미쳤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보도했다. 머스크는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 하워드 러트닉 CEO를 재무장관 후보로 밀며 대통령 당선인의 인선 결정 발표 전에 공개 압박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머스크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당선인을 공식 지지한 데 이어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살다시피 하며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1억 달러(약 1400억원) 이상 기여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 캠프와의 ‘실탄’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최근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전화 통화에 배석하고 UFC 경기를 트럼프 당선인과 관람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엡스타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사법 리스크’에 빠졌을 때 그의 곁을 지킨 참모로 꼽힌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의 첫 대선 도전 때부터 캠프 선임 보좌관으로 일했고, 변호사로서 작년 이래 4건의 형사기소를 당한 트럼프 당선인의 법적 방어권 행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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