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편집 반나절만에 뚝딱… AI, 출판의 벽을 허물다

신재우 기자 2024. 11. 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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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프로그램이 책의 번역부터 편집까지 완성하고, 자신만의 책 한 권을 2주면 뚝딱 완성할 수 있는 환경은 최근 다변화한 출판의 현장이다.

그중에서도 AI를 활용한 출판 기술들은 단연 돋보인다.

한국학술정보사에서 개발한 '하이링고'는 '번역출판의 새로운 기준'을 모토로 시간 단축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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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문화산업진흥원 ‘기술개발 지원’ 사례로 본 혁신
하이링고 등 AI 활용 돋보여
단순한 원문번역 그치지않고
세로쓰기 → 가로쓰기 변환도
알파톡, 대화형 AI 기능 갖춰
창작자용 플랫폼 위올라잇은
작품등록 뒤 ‘출간 매칭’ 호응
한국학술정보사의 번역출판 프로그램 ‘하이링고’를 통해 일본어 원문을 한국어로 변환한 예시 사진. ⓒ마진우, 한국학술정보 제공

#1. 자신의 책을 영어로 번역 출간하고 싶은 만화가 A 씨. 본래라면 번역가를 섭외해 번역 작업을 마치고 만화 속 말풍선에 맞춰 번역문을 편집하는 등 그 과정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A 씨는 다른 방식을 택한다. 인공지능(AI) 번역 프로그램에 원고를 넣고 원하는 언어로 ‘영어’를 선택,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의 책은 영어판이 완성된다. 이제 그는 몇 번의 클릭으로 해외에 소개할 자신의 책을 완성했다.

#2. B 씨의 어머니는 지난 10년간 아들이 쓴 편지를 차곡차곡 모아놨다. 그간 쌓아온 세월이 갖는 의미는 다른 독자들에겐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에겐 특별한 추억이자 기록이다. 대형 출판사와의 계약이 어려운 만큼 B 씨는 모아둔 원고를 가지고 자가 출판 업체로 향한다. 원고를 업로드하고 표지로 원하는 이미지를 선정, 쪽 배열과 용지, 책의 배경색까지 골랐다. 그리고 약 2주 뒤, 그는 자신만의 책 한 권을 손에 쥐었다.

20~21일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2024 출판 콘텐츠 기술개발 지원 교류회.

AI 프로그램이 책의 번역부터 편집까지 완성하고, 자신만의 책 한 권을 2주면 뚝딱 완성할 수 있는 환경은 최근 다변화한 출판의 현장이다. 기존에 ‘저자-출판사-인쇄소’로 공고했던 출판 시스템은 AI를 비롯해 디지털 환경이 발달하면서 최근 더 개인적이고 효율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AI를 활용한 출판 기술들은 단연 돋보인다. 한국학술정보사에서 개발한 ‘하이링고’는 ‘번역출판의 새로운 기준’을 모토로 시간 단축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한다. AI 번역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원문의 형식을 유지해 번역문이 편집되는 것이 특히 큰 특징이다. 이를테면 세로쓰기가 보편화한 일본 만화에 맞게 가로쓰기로 된 한국어 원문을 세로쓰기 일어로 편집하고 폰트 크기부터 색상, 문장 위치까지 원문의 스타일 형식을 유지한다. 한국학술정보사에 따르면 번역부터 편집, 맞춤법 검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다. 에이아이프렌드의 ‘알파톡’은 최신 기술의 흐름에 발맞춰 대화형 AI 기능까지 사용하고 있다. 유아용 교육 교재에 자주 사용되는 터치펜에 AI 기능을 탑재한 것. 기존에 책에 접촉하면 정해진 텍스트나 음성이 출력되는 것을 넘어서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물어보면 실시간으로 이에 대해 답변하고 날씨, 단어 설명과 같은 기본적인 소통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김철희 에이아이프렌드 대표는 “교육 출판 시장이 계속 축소되는 상황에서 AI나 4차 산업 관련 기술을 접목한 교육 서비스가 나오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창작자들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키픽스의 ‘위올라잇’이 있다. 플랫폼은 창작자들이 작품을 등록하면 이를 출판사가 찾아 출간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으로 공모 방식이 아닌, 원고를 등록하면 출판사에서 이를 검토 후 계약까지 진행할 수 있는 창작자용 플랫폼이다. 에스프레소북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자가 출판 서비스인 ‘하루북’을 운영 중이다. 표지부터 속지, 내부 이미지까지 창작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선택하면 출간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현재까지 3만2000여 종이 발간될 정도로 호응이 높다.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나 책 쓰기 교육을 위한 ‘하루북 에듀 클라우드’까지 최근 개발했다.

이처럼 최근 다채로운 출판콘텐츠가 등장하는 가운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또한 출판콘텐츠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출판문화산업 분야 약 50개 업체에 혁신 기술 과제 발굴을 지원했다. 이중 약 16개가 참여해 20∼21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2024 출판 콘텐츠 기술개발 지원 교류회 및 성공 사례 발표 세미나를 연다. 아울러 21일에는 제11회 대한민국 전자출판 대상 시상식도 이어진다. 기존에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출판사의 매출 관리와 실적 조회를 자동화한 마인정보기술의 유재호 대표는 “출판계가 워낙 변화하는 속도가 느린 만큼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면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개할 필요가 있다”며 “참여하는 출판사가 늘어나도록 출판진흥원 등의 지원도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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