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담은 팔도진미가 한 상에…조선 왕은 어떤 음식 먹었을까

김예나 2024. 11.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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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흰 쌀밥과 팥밥 두 가지를 올리고 육류, 채소류, 해물류 등 전국에서 올라오는 각종 재료를 정성껏 요리해 반찬을 만든다.

18∼19세기에 상궁이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 조리법, 궁중 잔치를 기록한 의궤에는 다양한 반찬 종류와 식재료를 담은 내용이 남아 있어 왕실 식사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한복려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궁중음식문화재단이 132년 전 궁중 잔치에 오른 안주상을 재현해 만든 모형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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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20일 '궁중음식' 개막…각종 기록·부엌살림 한눈에
132년 전 고종 잔치상 모형 선보여…2층 상설 전시실도 새단장
1892년 궁중잔치 미수상(안주상) 중 초미 모형 [궁중음식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밥은 흰 쌀밥과 팥밥 두 가지를 올리고 육류, 채소류, 해물류 등 전국에서 올라오는 각종 재료를 정성껏 요리해 반찬을 만든다.

탕약을 드시지 않는 날에는 오전 7시 이전에 죽과 마른 찬을 차린다.

경사스러운 날에는 음식을 높이 쌓아 올리고 꽃으로 장식해 화려하게 꾸몄다. 큰 잔치에서는 안주상에 올린 찬이 60여 가지에 이르기도 했다.

수라간 현판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선시대 궁궐에서 임금을 위해 차리던 음식이다. 매 끼니 수라상을 준비하는 정성 어린 마음부터 왕실 부엌에서 쓴 조리도구까지 궁중음식의 면면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궁중음식문화재단과 함께 이달 20일부터 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19일 밝혔다.

궁중음식에 관한 기록과 그림, 각종 유물 200여 점을 아우르는 자리다.

박물관 관계자는 "궁중음식은 국왕과 왕실 가족의 일상을 유지하는 끼니이자 전국에서 올라오는 식재료를 통해 백성의 삶을 살피는 통치의 방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선조 대 경로잔치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 그림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전국 각지에서 제철 식재료를 왕실에 진상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조선 후기에는 사신을 접대하는 부담을 지고 있던 평안도를 제외한 경기, 충청, 전라, 제주, 경상, 강원 등에서 진상품을 올렸는데 제주에서는 감귤을 준비하기도 했다.

궁중음식을 책임지는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궁궐 부엌의 간판인 '수라간' 현판, 궁중 요리사인 '숙수'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요리하는 모습을 포착한 그림, 나무 도마와 식칼, 국자 등을 선보인다.

상궁이 기록한 음식 조리법 국립한글박물관 소장품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8∼19세기에 상궁이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 조리법, 궁중 잔치를 기록한 의궤에는 다양한 반찬 종류와 식재료를 담은 내용이 남아 있어 왕실 식사를 가늠해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흔히 알려진 12첩 반상은 고종(재위 1863∼1907), 순종(재위 1907∼1910) 대의 마지막 상궁에 의해 전해진 수라상 모습으로, 이전에는 대개 7가지 정도의 반찬이 올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왕실 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올리던 음식도 비중 있게 다룬다.

1892년 궁중 잔치를 그린 병풍 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궁중의 음식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잔치 음식을 소개하는 부분은 특히 눈여겨볼 많다.

왕실에서는 혼례, 왕과 왕비의 생일, 세자 책봉 등 경사스러운 날에 큰 잔치를 열었는데, 1892년 고종 즉위 30주년과 41세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경복궁 잔치를 소개한다.

당시 행사를 기록한 의궤 등에 따르면 세자와 대신들은 고종에게 총 9번의 술과 안주상을 올렸다. 안주상은 서로 다른 찬으로 구성돼 총 63가지 음식이 나왔다고 한다.

한복려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궁중음식문화재단이 132년 전 궁중 잔치에 오른 안주상을 재현해 만든 모형을 선보인다.

잔치가 끝난 뒤 쌀이나 술, 음식을 나눠 마음을 전하던 사찬(賜饌) 문화도 소개한다.

왕릉 제향 상차림 재현 모습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물관은 2층 상설전시실도 새롭게 꾸며 20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약 8개월간 단장한 전시실은 국왕의 공간을 주제로 한 '조선국왕'과 왕비의 공간을 다루는 '왕실생활' 두 부분으로 나눠 450여 점의 왕실 유물을 소개한다.

조선국왕실에서는 조선 왕조의 역사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유물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경복궁에서 출토된 청기와 등을 만날 수 있다.

조선국왕실 전시 모습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왕비의 공간, 내전(內殿)을 다루는 왕실생활 부분에서는 왕비 책봉부터 출산, 이후 대비로서의 삶 등 왕실 가족의 일상을 다양한 유물과 실감형 영상으로 보여준다.

박물관 관계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궁중음식의 새로운 면모가 널리 알려지고 왕실 유산에 한층 더 흥미롭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전은 내년 2월 2일까지 열린다.

왕실생활실 전시 모습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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