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 62년 전무송 “이 작품으로 또 한번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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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또 한 번 성장했습니다."
그는 "배우로서 가려고 하는 길이 있고, 그 길을 가기 위한 지점을 제대로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몇몇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연극도 하나의 종교예요. 그 세계, 그러니까 무대를 믿는 시간 동안만큼은, 보는 사람이 괴로움을 잊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인터뷰 동안 전무송은 치매 환자의 가족이 겪는 고통과 요양병원·간병인 비용 등 사회 현안에 대한 걱정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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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잃어가는 치매환자 열연
“이것으로 또 한 번 성장했습니다.”
배우 전무송(83)은 62년간 연극 무대를 지키며 영화와 드라마도 찍고 있다. 지난날을 돌아보기만 해도 바쁠 텐데, 그의 입에서 먼저 나온 단어는 ‘성장’이었다. 그는 “배우로서 가려고 하는 길이 있고, 그 길을 가기 위한 지점을 제대로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몇몇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더 파더(The Father)’ 얘기다.
공연에 앞서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전무송을 만났다. 그가 연기하는 ‘앙드레’는 기억 속 광경을 지금 눈앞의 현실과 혼동한다. 치매와의 싸움에서, 딸 ‘안느’를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전무송은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라며 “환자가 자신을 상실한다든가, 멀쩡해 보이다가 갑자기 주변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버리는데, 누구도 어찌할지 모른다”고 했다. 전무송이 치매를 겪어본 적은 없다. 다만 지난해 암과 투병했던 것이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고, 이번 작품으로 이어졌다. 그는 “우리가 죽음이 두려운 것은 그게 미지의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병과 죽음을 다루는 보다 깊은 연기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싶다는 것이 원로배우의 강한 의지다.
“연극도 하나의 종교예요. 그 세계, 그러니까 무대를 믿는 시간 동안만큼은, 보는 사람이 괴로움을 잊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인터뷰 동안 전무송은 치매 환자의 가족이 겪는 고통과 요양병원·간병인 비용 등 사회 현안에 대한 걱정을 놓지 않았다. 대사를 외며 캐릭터를 연구하는 그 이상의 ‘역할 의식’이 느껴졌다. 현실을 위로하는 종교와 비슷한 역할이 예술에도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전무송을 만난 날은 작품 출연진이 모여 대본을 함께 읽고 있는 일정이었다. 전무송의 시선은 대본과 동료 배우의 표정 사이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의 대본은 검정 볼펜과 노랑·주황 형광펜 등 필기구들로 그어둔 밑줄과 여백에 휘갈겨 쓴 메모들로 가득했다.
그중 한 메모가 눈에 띄었다. ‘이것을 찾아내기 위해 그 세월과 그 돈을 썼다’. 무엇을 찾은 거냐는 물음에 전무송은 “내 몸에, 또 마음에 이미 있었다”며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찾으려고 수십 년 동안 돈과 시간을 썼더라”고 했다.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었지만 그의 말투에서 충만함, 뿌듯함이 묻어났다. 무대 연기로만 답변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더 파더’는 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오스카 남우주연상(2020년)을 받은 동명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2014년 작으로서 프랑스 몰리에르상·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미국 토니상 등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휩쓸었다. 전무송의 딸 배우 전현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느’를 맡아 ‘부녀 연기’를 선보인다.
전무송은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런 각오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을 연극 ‘춘향전’·영화 ‘만다라’ 등과 나란히 언급했다. ‘춘향전’에서는 첫 주연 ‘이몽룡’을 맡았고, ‘만다라’에서는 승려 ‘지산’을 맡아 배우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60여 년 연기하는 동안, 나름의 의미가 있어서 마음으로 점을 찍는 작품들이 있었다”며 “이 작품에도 큰 점을 찍었다”고 했다. 공연은 12월 8일까지.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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