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빨래를 ‘착착’…5600억원 끌어모은 집안일 로봇
“테이블에 콜라를 엎질렀어.” 로봇은 이 명령을 받고 콜라 캔을 찾아서 쓰레기통에 버린 다음 스펀지를 가져와서 지저분한 곳을 치운다. 기본 프로그래밍 없이 로봇 스스로 가장 합리적인 계획을 세운 후 나온 행동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테크 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 등에 따르면, 다양한 로봇의 두뇌를 개발하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는 4억 달러(약 5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미국에서 올해 설립된 스타트업 전체가 투자받은 70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주요 투자자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 챗GPT 제작사 오픈AI, 벤처 캐피털 회사 쓰라이브 캐피털(Thrive Capital)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다. 연구한 지 8개월 됐다는 로봇의 ‘기초 모델’을 두고 왜 이렇게 많은 투자금이 몰린 걸까.
피지컬 인텔리전스는 특정 기계와 특정 작업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존의 접근 방식 대신 모든 로봇에서 작동할 수 있는 ‘기본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구글에서 수년간 로봇 공학을 담당했던 캐롤 하우스만 CEO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로봇 공학을 연구한 세르게이 레빈 교수, 첼시 핀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하우스만은 “우리가 만드는 건 특정 로봇의 두뇌가 아니다”라며 “모든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두뇌”라고 했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파이 제로(π0)’라고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로봇이 어떻게 빨래를 개고, 테이블을 치우고, 얇은 골판지로 복잡한 상자를 접는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동식 로봇은 세탁기에서 세탁물을 가져와 테이블에서 빨래를 갠다. 업체는 “이건 로봇에게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며 “테이블 위에 평평하게 놓인 티셔츠 한 장은 미리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접을 수 있지만, 엉킨 세탁물 더미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겨지고 뒤틀리기 때문에 단순히 같은 동작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이 정도의 복잡성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시스템이 입증된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로봇은 조금 느리기는 했지만, 반바지부터 티셔츠까지 빨래를 예쁘게 접어 깔끔하게 쌓아두는 것까지 성공했다.
또 로봇은 테이블 위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쓰레기와 접시를 정리했다. 버려야 할 것들은 쓰레기통에, 접시는 설거지통에 완벽하게 분류했다. 업체는 “다양한 학습을 시킨 결과 로봇은 접시를 털어 쓰레기를 휴지통에 넣는 등 다양한 새로운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지컬 인텔리전스는 “범용 로봇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갈 길은 멀다”며 자신들도 발전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초기 결과는 전례 없는 손재주와 신체 능력을 구현하는 고도의 범용 로봇 모델의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줬다”며 “내년에는 모든 방향에서 더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와이어드는 “데모 로봇을 보고 나니 챗GPT와 같은 AI 기술이 수많은 물리적 작업을 대신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해졌다”며 “공장과 창고에 혁명을 일으키고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AI가 사람을 대체할 거라는 광범위한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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