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th SRE][Cover]SK·롯데·신세계…구조조정 성적표
재무부담 확대 속 강요받는 미래투자
SK, 구조조정 가장 필요한 그룹 1위
"SK그룹, 리밸런싱 적극 나서는 중"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고환율과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경기침체 가속화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국내 주요 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경영 여건 악화로 재무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이차전지 등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미래 먹거리 투자를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강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그룹이 처한 상황과 경영 역량에 따라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와 SK는 구조조정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 반면, 롯데와 신세계는 전략 부재로 갈피를 잡지 못한다며 혹평을 받고 있다. 경영 여건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출구전략에 따른 주요 그룹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35회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서 총 341표(응답자 183명, 12개 후보 중 최대 2개 복수응답) 중 113명(33.1%)이 재무부담 누적으로 가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그룹으로 SK를 꼽았다.
이번 설문 대상에 포함된 그룹으로는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롯데 △한화 △HD현대 △GS △신세계 △CJ △효성 등 12곳이다.
SK그룹의 구조조정 필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차전지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 투자 과정에서 불어난 차입금 부담 영향이 크다. 막대한 시설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다 쓴 것이 재무 부담을 가중시켰고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차입금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K의 차입금 규모는 11조1645억원이다. 지난 2020년 7조원대였던 SK의 차입금 규모는 2021년 9조8020억원, 2022년 11조294억원 으로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도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9.1%에 달한다. 통상 신용평가업계에는 적정 차입금 의존도를 30%로 본다.
특히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SK가 M&A를 진행하면서 프라이빗에쿼티(PE), 재무적투자자(FI)와 적극적으로 협업해왔던 만큼 숨겨진 레버리지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부채는 외부로 공개가 안되다보니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SRE자문위원은 “SK그룹 문제점은 실제로 잡히지 않은 10조~20조원 규모의 부채를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SK그룹 회사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회사가 많다는 것은 무언가 많이 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시장 관계자 상당수가 SK그룹의 구조조정 방향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응답자 중 11.8%에 해당하는 39명의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SK의 구조조정 동향 및 경영전략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이는 현대차(124명·37.4%)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순위다. 비록 SK그룹이 과거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인과응보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선 크게 의문을 갖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현재 SK는 우량 자산은 내재화하고 이차전지를 비롯한 미래먹거리는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리밸런싱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SK온-SK엔텀-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 합병 △SK에코플랜트-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에센코어 합병 등이 있다.
SRE자문위원은 “SK그룹은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리밸런싱에 적극나서고 있다”며 “재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구조조정 방향이 괜찮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 다음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그룹으로 꼽힌 곳은 롯데다. 롯데는 응답자 183명 중 105명(30.8%)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는 그룹 내 주축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이 동반으로 부진에 빠지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로 롯데건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
특히 롯데의 경우 업황 악화가 심화하고 있는 화학과 유통을 주력 사업군으로 보유하고 있어 다른 그룹 대비 우려가 크다. 석유화학은 중국발 공급과잉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유통 역시 내수 부진이 고착화하면서 반등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구조조정 방향성에 대한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응답에서도 잘 나타난다. 응답자 183명 중 78명(23.4%)이 롯데그룹의 구조조정 및 경영 전략 방향이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조사 대상 12개 그룹 중 최다 득표수다. 표면적으로는 롯데의 구조조정 방향이 잘못됐다는 신호로 보일 수 있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SRE자문위원은 “현재 구조조정이 필요한 그룹을 보면 주된 테마는 화학과 유통”이라며 “이 중 롯데그룹은 경영 전략 방향이 부적절한 것이 아닌 부재하다고 볼 수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질문 3위(53명·15.5%)에 이름을 올린 신세계도 상황이 롯데와 비슷하다. 신세계건설에 들이닥친 부동산 PF 위기와 이마트로 대표되는 유통업 부진이 겹치면서 그룹 전체가 불황에 빠졌다. 현재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을 공개매수하고 유통구조 효율화를 꾀하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구조조정 방향성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상당수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신세계의 구조조정 방향성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응답자 183명 중 71명(21.3%)은 신세계의 구조조정 동향과 경영 전략 반향이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롯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득표수로 신세계의 경영 전략 쇄신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밖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그룹으로는 △효성(36명·10.6%) △CJ(18명·5.3%) △한화(8명·2.4%) △GS(4명·1.2%) △LG(2명·0.6%) △삼성(1명·0.3%) △HD현대(1명·0.3%) 순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이 꼽은 우수 그룹은 현대차그룹이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경영 전략이 합리적인 것은 물론 군살 없는 투자로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 전체 응답자 중 124명(37.4%)이 경영 전략 방향이 합리적인 그룹으로 현대차그룹을 선택했다. 반면 재무부담 누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냐는 설문에서는 포스코와 함께 0표를 받았다.
SRE자문위원은 “현대차그룹은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상향됐다”며 “글로벌 점유율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구조조정 동향 및 현재 경영 전략 방향이 합리적인 그룹으로 △SK(39명·11.8%) △삼성(38명·11.5%) △HD현대(38명·11.5%) △LG(32명·9.6%) △한화(28명·8.4%) △포스코(19명·5.7%) △롯데(4명·1.2%) △GS(4명·1.2%) △CJ(3명·1.0%) △신세계(2명·0.6%) △효성(1명·0.3%) 순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5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이건엄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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