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 벨루가 '벨라', 캐나다 생크추어리 가나… 이송 위한 협약 체결

고은경 2024. 11.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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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벨루가(흰고래) '벨라'의 야생적응장(생크추어리) 이송을 위해 캐나다에 생크추어리를 조성 중인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WSP)와 협력하기로 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지난달 25일 캐나다 남동부 노바스코샤주 포트 힐포드만에 벨루가∙범고래 생크추어리를 짓고 있는 WSP와 벨라의 야생적응장 이송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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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캐나다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와 LOI 체결
사회적 동물 감안 아쿠아플라넷 '루비'와 합사 검토해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벨루가. 고은경 기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벨루가(흰고래) '벨라'의 야생적응장(생크추어리) 이송을 위해 캐나다에 생크추어리를 조성 중인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WSP)와 협력하기로 했다. 롯데는 2019년 이후 5년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홀로 살고 있는 벨라(15세∙암컷)의 해외 이송을 위해 각국 기업, 단체와 접촉해왔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지난달 25일 캐나다 남동부 노바스코샤주 포트 힐포드만에 벨루가∙범고래 생크추어리를 짓고 있는 WSP와 벨라의 야생적응장 이송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WSP에는 내로라하는 세계적 동물 석학과 전문가 50여 명이 참여해 전 세계 동물권 활동가들의 이목을 받고 있다.

이번 LOI 체결에는 롯데가 생크추어리 조성 및 추진 계획과 관련해 WSP와 정기적 협의를 하는 내용이 담겼다. WSP는 앞으로 벨라의 이송과 건강관리 등에 관한 의견을 제공할 예정이다. WSP는 현재 생크추어리 설립을 위해 캐나다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획득하고 관련 시설을 짓고 있는 중이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포트 힐포드만에 지어질 고래를 위한 생크추어리. 넓이가 약 40만5,000m²에 달한다.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 벨루가 생크추어리에 있는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실내 공간으로 이동해 있다.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시라이프트러스트 SNS 캡처.

이번 LOI는 롯데가 답보 상태에 있던 벨라의 해외 이송을 위한 작업을 한 단계 진전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롯데 측은 "벨루가 해외 이송뿐 아니라 해양포유류 보호를 위한 WSP 측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SP 측도 "벨루가 이송을 위한 프로젝트 계획의 공동 절차를 시작하는 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벨라가 생크추어리로 당장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캐나다 내 시설이 완공돼야 하며, 그 이전에는 벨라의 건강상태 등 이송 조건에 부합하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롯데, WSP와 협력해 온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고래류의 수족관 전시를 중단하는 게 전 세계적 추세"라며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생크추어리는 최선의 선택이자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벨라뿐 아니라 2021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물적 분할한 전남 여수시 아쿠아플라넷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벨루가 '루비'(14세∙암컷)가 있다. 전문가들과 동물단체는 벨루가가 사회적 동물인 데다, 생크추어리에 보낼 때도 둘을 함께 보내는 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생크추어리 이송이 결정되기 전이라도 벨라와 루비를 합사해 지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왔다.

아쿠아플라넷 여수 내 다른 수컷들의 공격으로 좁은 뒤편 수조에서 지내던 루비. 동물자유연대 제공
원웨일 관계자들이 생전 당시 발디미르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모습. 원웨일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롯데 측 관계자는 "둘의 합사가 가능할지 충분한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전문가, 시민단체로 구성된 벨루가 방류기술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금까지 아이슬란드 생크추어리 운영사인 멀린 엔터테인먼트와 노르웨이에 생크추어리를 준비 중이었던 원웨일 등과 협의를 해왔지만 해외 기관, 단체의 사정으로 벨라의 해외 이송은 기약 없이 지연돼 왔다. 2020년 롯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멀린 엔터테인먼트는 롯데에 "자체 벨루가의 건강과 환경조성 문제로 벨라의 이송이 순연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르웨이 원웨일의 경우 벨루가 '발디미르'가 지난 8월 말 사망하면서 그를 위한 생크추어리 건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래류를 위한 생크추어리 건립은 쉬운 일이 아니다. WSP는 장소 선정에만 최대 130곳까지 검토했을 정도다. WSP와 멀린 엔터테인먼트, 미국 내셔널 아쿠아리움은 지난해 무늬만 생크추어리인 곳과 차별화하기 위한 생크추어리 기준을 마련해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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