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향기라는 화학과 후각을 통한 마음

2024. 11.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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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들판과 맑은 하늘이 보이는 집 마당의 흔들 의자에 앉아, 피부에 부딪히는 따뜻한 햇살과 코끝에 산들거리는 바람에 향기로운 장미 향기가 실려오는 풍경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은 그런 풍경 속에서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향기로운 커피나 차를 마시는 행복한 순간을 상상한다.

장미나 커피의 향처럼, 향기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긍정적인 의미의 냄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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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록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장

넓은 들판과 맑은 하늘이 보이는 집 마당의 흔들 의자에 앉아, 피부에 부딪히는 따뜻한 햇살과 코끝에 산들거리는 바람에 향기로운 장미 향기가 실려오는 풍경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은 그런 풍경 속에서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향기로운 커피나 차를 마시는 행복한 순간을 상상한다.

장미나 커피의 향처럼, 향기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긍정적인 의미의 냄새이다. 화장품 가게에는 수십 종의 향기를 담은 향수가 있다. 그런데 향수의 기원은 언제부터일까? 삼국시대에는 중국과의 교류 당시 향료를 수입해 향낭이라는 형태로 몸에 지니고 다녔다. 고구려 벽화에도 향낭을 찬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 장군도 무술을 연마할 때 향을 피워 놓았다는 일화가 있다.

그보다 더 고대인 5000년 전에는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에서 다양한 향료를 신과의 교감을 위한 종교의식에 사용했다. 당시 대부분의 향료는 향을 풍기는 식물이 주재료였으며 훈향을 몸에 쐬는 형태로 사용했고, 그것이 고착되면서 몸에 지니게 되는 향낭의 형태로 발전했다. 이는 주로 몸의 청결함과 정신의 안정을 위해 사용됐다. 한편 방향의 기원이자 발상지는 힌두교가 주종교인 인도라는 것이 정설로써, 당시 인도는 후추를 비롯해 침향, 백단 등 열대성 향료식물이 많아 힌두교의 분향의식에 많이 사용됐다.

향수는 향낭보다 매우 늦게 14세기경 헝가리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바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고 알코올에 로즈마리, 라벤더, 민트 등 향기가 나는 식물과 과일을 사용하다가, 이후 점차 다른 재료가 첨가되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수를 사용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70세의 나이에도 그 향수로 인해 폴란드 국왕으로부터 청혼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조향사라는 직업이 생기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최초의 향수전문점이 생겼다. 15세기 이후 유럽은 도시화에 따른 청결문제와 가죽제품의 대중화로 인한 냄새 문제로 인해, 사람들은 향수를 많이 이용하기 시작했고 더욱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됐다. 이렇듯 향기는 사람의 일상생활 속에서 정신적 활력, 냄새 제거에 활용되고 심지어는 치료효과를 위한 향기의 사용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그렇다면 향기는 어떻게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우선 처음 언급한 장미향의 주 향은 페닐에틸알코올이라는 화학성분이다. 이 페닐에틸알코올은 코의 후각 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되어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여 로맨틱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라벤더 향은 리나놀이라는 화학성분이 후각을 자극해 뇌의 알파파 활동을 증가시켜 긴장감을 이완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이는 라벤더 오일이 뇌의 GABA 신경계와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레몬, 오렌지, 자몽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시트러스향은 상쾌함을 주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페퍼민트 오일에 들어 있는 주성분은 멘톨이라는 화학성분으로 근육이완과 혈류 증가를 도와 두통을 완화하며 소화기관의 이완을 도와 소화를 도와준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더하자면, 아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후각은 인간의 생존 본능과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이끄는 강력한 도구다. 이는 향기가 단순한 냄새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결국, 향기는 단순히 감각적 즐거움을 넘어 과학적 기전을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에 깊이 작용한다. 향기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화학적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후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그 화학적 정보가 전달된다. 향기를 느끼고 즐기는 것은 곧 화학과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좋아하는 향기를 통해 화학의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김광록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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