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트럼프 공약에 너무 민감할 필요 없어"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2024. 11. 1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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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랫폼 전문가 칼럼] 강철구 교수의 '일본 시각'
[편집자주] 비극적인 과거사가 있고, 갈등요인이 상존하는 인접국 일본에 대해 우리는 항상 경쟁의식이 강했다. 얼마 전부턴 경제력이 앞선다는 우월의식도 일부 생겼다. 그러나 이제 한일관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관계개선에 따른 실익도 잘 챙길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일본 전문가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가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을 통해 일본의 시시각각(時時刻刻)을 정밀한 관찰의 시각(視角)으로 진단한다.

지난 7월, 로이터에서 일본 기업 506개사를 대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염려가 있을지,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더니, 환율 전략을 재고해야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그 뒤로 공급망 재편, 그리고 중국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염려가 뒤를 이었다.

일본 기업들이 이를 염려하는 이유는 트럼프가 재정지출은 확대하고 법인세는 21%에서 15%로 감세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부양시킬 경우 이에 따른 부족한 재정은 관세를 높여 충당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걷지 않고 재정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관세 이외에 미 국채를 발행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미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가격이 떨어지면서 국채금리는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FED는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상해야 할 터인데, 그렇게 되면 트럼프로부터 FED의 금융정책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 중국에게는 60%를, 그리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국가들에게는 10~20%의 관세를 인상하게 되면 재정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결국은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기 때문에 역시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곧바로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트럼프는 달러강세를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달러약세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일본은 이와는 반대로 물가안정과 금융정상화를 위해 내년 들어서 금리를 0.25% 씩 한 두 차례 올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미일 간 금리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달러강세는 멈추게 되고 현재의 엔저는 150엔대에서 130~140엔대로 엔화강세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원하겠지만 재정지출 확대와 관세인상이 실현되면 미국 마음대로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듯 트럼프의 공약과 실제 정책은 상충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그래서 일본 기업들 입장에서는 엔화의 변동성에 대해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지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다.

공급망 재편에 대한 염려도 마찬가지다. 일본기업들 대상의 설문조사에서도 한결같은 우려는 바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적 예측 불확실성'과 '즉흥성'에 기인한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일본제철이 12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 철강회사 US Steel을 매수할 계획으로 트럼프 전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한 마이크 폼페이오를 어드바이저로 기용하는 등 트럼프의 승리를 상정해 지난 7월부터 준비해 왔다. 교섭을 담당하고 있는 일본제철의 모리 다카히로(森高弘) 부회장은 11월 7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틀림없이 올 연말에 클로징 가능하다'라며 매수실현에 자신을 보였지만, 트럼프가 국내 고용을 빼앗기지 않겠다면서 매수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전미철강노동조합(USW)도 반대하고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한편, 2023년 일본의 대미 수출의 주요 제품은 자동차, 반도체 제조장치, 전자부품 등으로 전체 수출의 약 20%를 점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약대로 추가관세를 진행하면 일본제품의 미국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이 높아지면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일본서 제조된 자동차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미국과 멕시코의 무역협정에 의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관세는 0%인데, 제조업의 국내 회귀를 목표로 온쇼어링(onshoring)을 추구하는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제조된 모든 자동차에 대해서도 200%의 관세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표명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경우, 혼다는 멕시코에서 약 20만대를 생산하고 그 중 약 80%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고, 닛산자동차는 2023년 미국에서 약 90만대 판매했는데, 이 중 24%가 멕시코에서 생산한 자동차이다 보니, 이제는 미국 내에서나 또는 관세대상이 되지 않는 국가에서의 생산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생산거점을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상수화가 되어 버린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에 대해 일본뿐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미국의 동맹국들과 중국까지 포함해 여간 염려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본은 미국이 보호주의를 강력히 추진할 경우 이에 대한 준비를 위해 벌써부터 중국의 제조업 생산거점을 서서히 아세안으로 옮기고 있는데, 이는 결국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야 하는 거시적 정책 전환이기도 하다.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11.15. /사진=민경찬

문제는 한국이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보호무역주의가 강력히 진행되면서 미국과 무역을 하는 주변국가들도 역시 관세를 끌어 올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교역 자체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체계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오가는 것이 아니라 자국 내 내수경제로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일본보다 우리나라처럼 내수 경제 포션이 적고 수출 위주의 나라가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3년 444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1∼9월도 399억 달러로 연간 기준에서 또 최대 기록 경신이 확실하다. 미국의 무역적자국 순위를 보면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대한민국이 8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JA공제종합연구소가 미국의 관세 인상이 각국의 GDP에 미치는 영향을 1년차와 2년차로 나눠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국은 각각 0.72%, 1.32%의 영향을 받고 일본은 0.90%와 0.82%이지만, 한국은 1년차에 1.21%, 그리고 2년차에 1.36%의 마이너스 영향을 받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일본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관세를 올린다는 건 이미 인지하고 있던 거 아니었던가? 미국이 정치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도 중국의 글로벌 시장 장악을 용인하지 않겠다 하니, 중장기적으로 한국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 따라서 준비는 하되, 너무 우려하거나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만일 사전부터 이를 준비했다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재빨리 기업의 전망을 수정하고 미국의 정책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면 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관세를 높게 책정할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이 유력하기 때문에 대미수출과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의 대미수출을 대체할 수 있는 상위품목들을 찾아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교과서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즉 관세를 이길만한 대응책, 특단의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당시 우리는 독보적인 기술력이 국력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일본이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 이렇게 겨우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했을 뿐인데, 당시 우리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휘청일 줄 알고 그 난리가 났던거 아니었나? 그러니까 결국 미국의 글로벌 규제나 또는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그것을 뛰어넘을 만한 것은 품질에 특화된, 가격을 뛰어 넘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세계적인 한국의 건조 능력을 알고 있으며,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도 한국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준 덕분에 조선주인 삼성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 등에 외국인 투자가들이 몰려 들었다. 방산주도 트럼프 당선 후 외국인들이 집중 매수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한화시스템, 현대로템 등이 수혜를 입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잘 하는 것에서는 그것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이든, 아메리카 온리(America Only)이든 큰 의미가 없어진다. 이런 산업군을 잘 발굴해 내면 좋겠다.

그렇지만 유비무환의 준비를 항상 갖춰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트럼프 2.0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연한 공급망 구축을 준비해야 한다. 관세로 인한 가격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 하면서 시장 상황에 맞는 가격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고, 민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당시 정관계, 산학연 협력 관계를 모색해 가며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면서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미국 시대에도 잘 극복해 나갈 것이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지만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다. 기업들은 어떻게든 서바이벌 해 나갈 것이고 특히 대한민국의 기업은 더욱 그럴 것이다.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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