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A 린위민에게 당하는 한국, 왜 최지만-장현석은 안 부르나[초점]

[대만 타이베이=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대만에게 패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더블A에서 활약 중인 좌완투수 린위민을 제대로 공략하는 데 실패했다. 해외파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국가대표에 부르지 않는 대표팀의 전략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시 대만 타이베이시 티엔무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5경기 호주전에서 5-2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성적을 3승2패로 마쳤다. 일본(5승), 대만(4승1패)에 이어 3위를 확정지었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 진출권 획득에 실패했다.

대만과의 첫 경기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B조는 일본, 호주, 쿠바, 대만, 도미니카 공화국, 한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절대강자' 일본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이 2위를 다투는 형국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국과 대만이 2위를 다툴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 13일 대만에게 3-6으로 패했다. 고영표의 2이닝 6실점 난조 속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대만 좌완 선발투수 린위민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도 패배의 원인이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전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했던 린위민은 이번에도 한국전에 4.2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18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피안타는 2개뿐이었다.

린위민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다. 올해 21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3승6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주로 더블A(19경기)에서 활약했고, 트리플A 마운드는 한 경기에만 나섰다.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었지만 대만은 린위민의 기량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미국 마이너리그가 자국리그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린위민을 에이스로 점찍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 야구대표팀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모두 KBO리그 선수들이었다. KBO리그 수준이 마이너리그 트리플A보다 뛰어나지 않음에도 트리플A에서 활약 중인 최지만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최지만은 2024시즌 트리플A에서 타율 0.190, 2홈런, OPS 0.674로 부진했으나 메이저리그 통산 525경기를 소화하고 67홈런을 작렬한 선수다. 만 34세라는 점이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현 상황과 부합되지 않지만 임찬규, 고영표, 박동원 등 일부 베테랑들이 포함된 대표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로 볼 수 없었다. 4번타자를 고민하는 류중일호에게 안성맞춤인 선수였다.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에 있는 장현식은 2024시즌 루키리그와 싱글A에서 활약했다. 안정성은 확보되지 않았으나 시속 150km 후반대 패스트볼을 앞세운 구위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대표팀 세대교체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다.

이미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고등학교 신분이었던 장현식을 발탁해 미래 자원으로 점찍었다. 그런데 미국 진출이 이유였는지 이번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선 아예 언급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세월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아예 대표팀 후보군으로 올리지 않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선 해외파들을 끌어들이려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만 접근한다. 대다수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는 접촉하지 않는다.

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KBO리그는 결코 트리플A보다 뛰어나지 않다. 오랜시간 동안 더블A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트리플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아예 전력에서 제외한다. 마치 'KBO리그 우월의식'을 은연 중에 드러내는 듯한 행보다.

더블A 선수인 린위민에게 지속적으로 당하고 있는 한국 야구대표팀.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 야구대표팀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한 바 없다. 태극마크는 KBO리그 선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KBO리그가 마이너리그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한국야구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불러들여 건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