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부터 수습' 삼성전자 위기극복 시동…본질 향한 다음 발걸음
향후 두 달 드라이브 걸 듯…HBM 엔비디아 진입·이재용 선언 주목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진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던 삼성전자(005930)가 위기 극복을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4만 전자'까지 찍으며 추락하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10조 원어치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꺼냈고, 깊었던 노조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임금협약 잠정합의도 체결했다. 불과 이틀 새 벌인 행보다.
연이틀 큰 걸음으로 재도약에 나선 삼성전자의 '넥스트 스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경쟁력 회복 열쇠인 연내 삼성전자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엔비디아 진입, 이달 말 예고된 인적 쇄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 총력 등을 꼽고 있다.
노사 잠정합의·자사주 매입…연이틀 위기 극복 드라이브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사실상 위기 극복 첫 행보는 지난 14일 삼성전자 대표교섭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의 2023·2024년 임금협약 잠정합의가 꼽힌다.
잠정합의안에는 △평균 임금 인상률 5.1%(기본 인상률 3.0%, 성과 인상률 2.1%) △장기근속 휴가 확대 △조합원이 조합 총회(교육)에 참가하는 시간 유급으로 보장 △자사 제품 구매 사용 가능한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 전 직원에게 지급 등이 담겼다.
2023·2024년 임금교섭을 병합해 교섭에 들어간 지난 1월 이후 약 10개월 만의 잠정합의안 도출이다. 그간 양측의 갈등 끝에 창사 55년 만에 첫 노조 총파업도 벌어졌다.
노사 잠정합의일은 삼성전자 주가가 5만 원 선이 일시 붕괴해 '4만 전자'로 추락한 날이다. 이날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고 전삼노도 합리적 판단을 하는 등 한 발씩 물러서며 전격 합의했다.
이튿날인 15일에는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동안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끝 모를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컸었다. 연일 52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우자 "백약이 무효하다"는 말도 나왔다.
결국 7년 전인 2017년 9조3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가 상승 효과를 봤던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전날(18일) 삼성전자 주가는 5.98% 상승했다.
넥스트 스텝은…HBM3E 엔비디아 납품과 이재용 사법리스크 해소
다음 스텝은 5세대 HBM(HBM3E)의 연내 엔비디아 납품이 꼽힌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앞서 3분기 확정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HBM3E)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시사한 바 있다.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를 의미한다.
이는 반등을 위한 가장 분명한 전제조건이다. AI(인공지능) 붐에 따른 반도체 호황에도 삼성전자가 3분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낸 건 HBM 경쟁력 약화가 핵심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뉴삼성' 화두도 거론된다. 위기 돌파 의지를 담은 리더의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 회장 취임 2주년,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때에도 별다른 다짐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7주기를 맞아 경영 쇄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창업회장의 기일인 이날(19일) 오전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한다.
이미 간접적으로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전날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NRD-K'(New Research & Development-K)의 설비 반입식을 열고 메모리 재도약을 다짐한 게 대표적이다.
NRD-K는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건설 중인 약 10만9000㎡(3만3000평) 규모의 최첨단 연구기지다. 총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20조 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설비 반입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지난 2022년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NRD-K' 기공식에 참석한 바 있다.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인적 쇄신도 넥스트 스텝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반도체 부문 사업부장(사장)과 임원 물갈이 전망 등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최근 들어 재신임 또는 예측 가능한 승진을 바탕으로 안정을 꾀할 것이라는 예상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극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사법 족쇄가 풀리면 경영 동력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현재 '불법 승계 의혹'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오는 25일 결심을 진행하고 내년 1월 전 선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받는다면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해소하게 된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리 해석과 적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다.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2심 선고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1·2심은 '사실심'이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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