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집중하고 가벼운 만남만…‘진정한 나’를 찾는 2025년[파괴자, 혼돈, 그리고 나③]
2025년 주요 트렌드 키워드 5개 선정
긍정적인 태도 관련 키워드 쏟아져
입소스, 정속 가능 라이프, 성공 패러독스 제시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 잡기 위한 노력 필요
‘진정한 나’ 탐구하고 정신 건강 관리하는 데 투자
[커버스토리: 2025 트렌드 - 파괴자, 혼돈, 그리고 나]
#2024년 31살의 김아름(가명) 씨는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았다. 백화점에 들러 명품 가방을 사고 분기에 한 번 해외여행을 떠나고 한 달에 한 번은 친구들과 만나 값비싼 오마카세를 즐겼다. 갤러리에 들러 예술 작품을 구매하고 주말에는 골프를, 주중에는 테니스를 쳤다. 인스타그램 앱을 열고 보이는 모든 것들을 따라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작가도 없다. 과시를 위해 살았다.
어느 순간 아름 씨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인생일까?” 이제 아름 씨는 더 이상 보여주기식 인생을 살지 않기로 했다. ‘진짜 취향’을 찾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아름 씨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때때로 집 앞 산책로에 나가 혼자 짧은 러닝을 한다. 생성형 AI를 배우는 공부도 시작했다. 퇴근 후 3000원짜리 ‘다꾸용품’(다이어리를 꾸미는 소품)을 사러 다이소로 향한다.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기 위해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도 경험하고 있다. 아름 씨는 ‘진정한 나’를 탐구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아름 씨의 인생은 2025년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2025년의 트렌드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증권가와 각종 연구소들은 내년 경제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주요 트렌드 연구소들이 내놓은 결과물을 종합해 내년 사회와 소비 트렌드를 점쳐봤다. △셀프-다독임 △나의 발견 △건강한 고독 △취향 투자 △기간제 커뮤니티 등이 주요한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 키워드 1. 셀프-다독임
“염세주의자는 기회를 장애로 만들고 낙관주의자는 장애를 기회로 삼는다.”
미국 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은 긍정적인 태도가 삶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2025년 트렌드 키워드의 핵심도 ‘긍정’이다. 약한 점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는 뜻의 ‘셀프-다독임’이 2025년의 긍정 키워드다.
글로벌 마켓리서치 기업 입소스가 펴낸 ‘입소스 마켓 트렌드 2025’에서는 △정속 가능 라이프 △성공 패러독스 등을 긍정에 대한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했다.
‘정속 가능 라이프’는 건강한 삶을 위해 자신의 속도를 찾아가는 과정과 행동을 의미한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정신건강 관리를 중심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움직임에 대한 것으로 아름다운 몸을 만들어가듯 정신과 마음을 아름답게 키워나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에는 ‘멘털 프로필’이 ‘보디 프로필’ 못지않게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정적 감정과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정서적 웰니스’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서적 웰니스란 긍정적인 감정으로 삶을 대하는 능력을 뜻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기 위해 긍정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성공 패러독스’ 역시 긍정적인 마음과 연결되는 키워드다. ‘경험’과 ‘실패’를 혼동해서는 안 되며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가 전달하는 외형적 성공 기준이 명확한 탓에 우리는 경험이 실패로 치부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입소스는 “나의 꿈과 나를 온전히 생각하는 마음, 자존감을 먼저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은 ‘Z세대 트렌드 2025’에서도 ‘포지티브 모멘텀’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올해 아이돌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사고방식인 ‘원영적 사고’는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과거에 비해 삶의 선택지가 다양해졌으며 기성세대가 살아온 방식은 더 이상 ‘평균’이 아니라는 게 젊은 세대의 판단이다. 정답지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Z세대들에게는 힘들거나 실패하더라도 자책하거나 좌절에 빠지지 않고 관점을 바꾸는 태도가 필요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긍정적 사고란 우하향 시대에 지금의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이라고 전했다.
◆ 키워드 2. 나의 발견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1998년 출간됐지만 최근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역주행작’으로 꼽히고 있다.
스물다섯 살의 주인공이 청춘에 대해 고찰하는 이야기가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모순에서는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스스로에 대해 깊게 알아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요즘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2025년 트렌드에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나의 발견’이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진짜 나다움’을 찾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입소스 마켓 트렌드 2025’에서는 ‘미-맥싱’이라는 키워드로 이 현상을 정의했다. 외모, 경력, 개인의 성장 등 다양한 면에서 자신을 개선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최고로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에서의 ‘최고’는 완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과 자부심,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입소스는 “정체성에 진심인 잘파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주요 관심사는 ‘나’”라며 “이들은 수동적으로 돌봄을 받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돌보고 탐구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가면서 자존감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진정한 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오래도록 나다운 미래를 추구한다는 의미로 ‘자기 보존’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Z세대가 생각하는 미래 대비는 과거 개념과 다르게 ‘지금의 나다움을 어떻게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까’다.
Z세대의 새로운 트렌드인 ‘반(反)도파밍’도 자기 보존의 일종이다. 도파밍은 도파민(Dopamine)과 파밍(Farming)의 합성어로 자극을 추구하며 재미를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 반도파밍은 과도한 자극을 덜어내는 것으로 젊은층이 도파민을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생긴 트렌드다. 규칙적인 수면시간 유지, 일기 쓰기, 명상 하기, 요가 수련 등이 대표적인 반도파밍 행위다. 건강한 뇌를 노년까지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이유는 ‘시대의 불안’에서 비롯된다. 영원한 불황이 예상되며 경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삶의 질이 우하향하는 상황에서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양 인구는 계속 늘어나게 돼 있다. 이전 세대가 자녀나 사회에 기대해온 것들을 Z세대들은 ‘셀프’로 해나가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들의 ‘자기 보존’은 ‘건강’과 ‘생활력’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60대 연예인 최화정이 젊은 세대의 공감을 받고 60만 유튜버로 인기를 얻는 것도 그의 일상을 관찰하고 오랜 기간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Z세대 트렌드 2025는 “한동안 20대는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했지만 최근 그 인식이 달라졌다”며 “Z세대가 미래에 대비하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좋은 상태’를 최대한 유지한 채 나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라이프 트렌드 2025’를 통해 ‘운동 중독’이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알코올홀릭, 워커홀릭, 게임홀릭 등 기성세대의 전통적 중독은 줄어드는 반면 덤벨 이코노미, 러닝 이코노미 등을 주도하는 운동중독은 늘어나고 있다. 건강 관리와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관련 시장까지 키우고 있다.
◆ 키워드 3. 건강한 고독
아이돌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요즘 읽고 있는 책으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소개했다. 쇼펜하우어는 고독을 사랑한 독일 철학자다. 그는 불필요한 인간 관계를 정리하고 남을 시기하거나 비교하지 말라고 전한다. 고독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다는 쇼펜하우어의 메시지가 젊은층의 공감을 얻으면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철학 교양서 최초로 전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내년 한국 사회를 규정할 또 하나의 트렌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1인의 삶’을 의미하는 ‘건강한 고독’이다. 과잉 연결에 지쳐 조용함을 욕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트렌드와 관련된 변화다.
‘라이프 트렌드 2025’는 ‘조용함’을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꼽았다. 요란하고 갈등 많은 경쟁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를 더 강하게 욕망하고 있다. 패션 분야의 조용한 럭셔리에서부터 조용한 여행, 조용한 걷기, 스텔스 가전, 스텔스 캠핑, 음소거 챌린지, 멍때리기, 조용한 숏폼, 조용한 휴가, 조용한 사직, 조용한 해고, 조용한 고용, 내향적 리더, 내향성 경제 등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조용함’은 전방위적 트렌드 코드로 자리 잡았다.
대화를 금지하는 카페와 술집이 등장한 것도 같은 이유다. 휴대전화 소음은 기본, 귓속말도 허용하지 않는다. 손님이 들어와도 ‘어서오세요’ 등 기본적인 인사는 없다. 조용히 들어와 조용히 주문한 뒤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만 한다. 술집에서는 대화 대신 음악을 감상하고 원하는 술을 즐긴다. 이런 곳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힐링 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25’는 “외향적 성격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며 “‘조용함’이 새로운 욕망과 태도로 떠오르며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조용한 사람들’의 감성과 취향은 강력하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내향성 경제(Introvert Economy)’ 트렌드가 전 세계로 퍼진 것도 조용함을 원하는 현상의 일환이다. 맨해튼 연구소 선임 연구원이자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앨리슨 슈래거는 “사람들은 밤보다 낮에 파티를 즐기고 야외 활동보다 집에 머무는 것을 선호한다”며 “이제 막 성인이 된 청년들은 외출을 하더라도 그 시간대가 더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팬데믹에 이어 고물가·고금리 시대를 지나면서 ‘내향성’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자발적 고립주의자’가 트렌드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1인 가구와 비혼주의가 증가하고 개인주의가 주류인 시대가 되면서 함께 어울리는 것, 가족을 이루는 게 당연한 모습은 아니게 됐다. 외로움과 고립에 대해 더 진전된 욕망이 생겨나면서 자발적으로 고립된 삶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아보하’라는 단어로 조용함을 선호하는 사회 현상을 표현했다.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로 행복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는다. ‘행복해야 한다’는 기존의 사회 관념은 사라지고 너무 행복하지도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 ‘무난하고 무탈하고 안온한 삶’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의 과시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무탈한 하루에 만족하고 숨쉴 수 있는 ‘조용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는 삶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5’는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힘든 사회에서 오늘을 힘껏 살아낸 것만으로 스스로 대견하지 않은가”라며 “꼭 행복에 이르지 않아도 된다. 이들은 게으른 것도 탈진한 것도 아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자 하는 삶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 키워드 4. 취향 투자
‘안나 카레니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을 발표하며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레프 톨스토이는 ‘취향은 인간 그 자체’라는 말을 남겼다. 취향은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2025년 또 다른 트렌드 키워드는 ‘취향 투자’다. 취향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찾은 취향은 지갑을 여는 데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젊은층이 비싼 가격에도 ‘요아정’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생과일·그래놀라 등 50여 가지의 토핑을 원하는 취향에 맞게 조합해 올려먹을 수 있는 점이 취향을 과시하는 소비 욕구에 부합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5’를 통해 ‘옴니보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특정 문화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문화 취향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단어로 ‘잡식성’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파생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라는 뜻이 있다.
△나이 △세대 △성별 △소득 △지역 등 소속된 집단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소비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개성·취향에 따른 소비를 한다. 개인의 취향이 집단적 특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영향이다. 1000억 자산가가 명품 대신 유튜버의 추천 제품을 구매하러 다이소에 가는 것이 대표적인 옴니보어에 해당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5’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 스타일이 자기가 속한 집단의 전용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입소스가 1970년대생을 의미하는 ‘뉴렌지’를 트렌드의 주체로 설정한 것도 이들이 기존 사회 문화 패러다임을 따르지 않은 첫 세대이자 취향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 부모 세대와 달리 1970년대생은 자녀보다 본인과 배우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세대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고 다양한 취미 활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특징이 있다. 배움과 성장에 의욕적이며 다양한 취미와 독립적 라이프스타일, 적극적 소비 성향을 보인다. 1970년대생은 더 이상 과거의 문제아가 아닌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오렌지(뉴렌지)가 됐다.
◆ 키워드 5. 기간제 커뮤니티
잘파세대는 실용적인 인간관계를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거주지, 직장 등으로 구축되는 기성세대의 인간관계에는 관심이 없으며 취미, 가치관 등 본인이 원하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연대하는 것을 선호한다. 과하게 끈끈하지 않고 공통점이 사라지면 다른 관계를 찾는 이른바 ‘기간제 커뮤니티’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Z세대의 특징에 대해 “밀레니얼 세대보다 실용적”이라며 “그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면서도 본인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커뮤니티에 속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입소스는 이 특징을 ‘유연한 연대감’이라고 지칭했다. 서로가 합의한 경계 안에서만 유대감을 가진다는 의미다. 성별, 나이, 직업은 중요하지 않으며 추구하는 가치와 취향만 같다면 친구가 된다. 그 가치가 소멸하면 자연스럽게 관계도 정리한다.
가장 중요한 ‘자신’이 관계의 중점에 있으며 자신을 둘러싼 관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만큼 타인과는 느슨한 연대를 추구한다.
다만 이들이 관계에 소홀하다는 뜻은 아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함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일정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소스 마켓 트렌드 2025’는 “취향 기반의 커뮤니티는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분야로 확대될 것이며 사람들은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대예보’를 펴낸 송길영 작가는 2025년 핵심 키워드를 ‘호명사회’라고 했다. 각자가 조직에 앞서 이름을 알리고 스스로 선 핵개인들이 서로 존중하며 교류하는 선택의 연대로 ‘호명사회’가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혈연이나 지연 등으로 사회관계를 맺는 정의주의는 종말한다. 이 과정에서 ‘선택의 연대’가 탄생한다. 우리는 내가 속할 사회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사회가 수직에서 수평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평등함을 기반으로 한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호명사회는 “나는 어느 조직의 대리, 과장, 부장이 아니다”며 “이제 세상은 학연, 지연, 혈연과 같은 연좌에서 개인의 선택이 강화된 대등한 연대로 변화한다”고 전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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