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정재용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에게 들었습니다 ③ ‘금메달 패러다임에서 산업화 패러다임으로’

조원규 2024. 11. 1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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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가 위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관중이 늘어나는 KBL과 달리, 그 젖줄이 되는 중고등학교 선수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선수 수급도 어렵습니다. 지난 4월, 정재용 KBS 전 스포츠국장이 대한농구협회 상근 부회장에 취임했습니다. 협회의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그는 위기가 곧 기회라고 얘기합니다. 그 의미를 전합니다.

◆ 한국 농구, 희망이 있나요?
① 더이상 논란은 없다. 축적된 데이터로 최적의 대표팀 구성
② 엘리트 시스템을 살리는 ‘K-디비전 시스템’
③ 금메달 패러다임에서 산업화 패러다임으로
④ 농구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변화를 선도합니다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농구선수를 100만 명으로 육성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디비전 시스템을 통해서 100만 농구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24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유소년 클럽 출신 선수들


축구는 7개의 디비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K1과 K2는 프로입니다. K3, K4는 세미 프로입니다. K5 리그까지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최상위 컵 대회(코리아컵)에 참가합니다.

프로 2군 팀들은 K4 리그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11명의 선발출전 선수 중 23세 이하의 선수가 7명 이상이어야 합니다. 프로 경기에 출장한 횟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지 못하는 제한도 있습니다. 하위 리그가 선수 육성에 기여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한 것입니다.

정 부회장은 축구협회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해외 사례도 참조했습니다. 농구선수 출신 교수, 교사, 스포츠마케터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국내외 사례를 연구하며 한국 농구의 미래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요체는 ‘금메달 패러다임에서 산업화 패러다임’으로 전환입니다.

▲ 금메달 패러다임에서 산업화 패러다임으로

고도성장의 시기, 올림픽 금메달은 국민적 자긍심을 높였습니다. 박찬호와 박세리의 활약을 보며 힘든 시기를 넘겼습니다. 김연아와 박태환, 이형택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었습니다. 엘리트 시스템의 순기능입니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습니다. 많이 변했습니다. 초등학교 시기부터 하루 종일 운동만 하는 생활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우려가 큽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엘리트 생활을 시작해도 늦었다고 얘기한 것이 불과 10여 년 전입니다. 지금은 중학교에서 엘리트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정 부회장은 “나이가 어릴수록 엘리트보다 클럽에 더 많은 재능이 있다”라고 얘기합니다. 중학교 기준으로 6백여 명의 엘리트가 있습니다. 클럽은 5만 명이 넘습니다. 5만 명의 클럽에 재능이 더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우수한 재능이 클럽에서 엘리트로 넘어가는 시스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한 이유입니다.


▲ 제11회 아시안 퍼시픽 컵에 참가한 TEAM KOREA. 정관장, 삼성, SK 유소년 연합 팀이다.


‘K-디비전’은 클럽과 엘리트의 공존입니다. 초등학교부터 성인까지 농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클럽에서 엘리트로 넘어오는 선수는 극소수입니다. 대다수는 어른이 되어도 클럽에서 농구를 즐겨야 합니다. 그래야 ‘농구라는 시장’이 커집니다. 시장이 커지면 협회의 예산이 늘어납니다. 예산이 늘면 더 많은 사업과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의 빨래 논란은 농구도 있었습니다. 2미터 선수가 이코노미석을 타고 장시간 이동하는 것이 팬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예산 문제가 큽니다. 대회가 많아지고, 후원이 많아지면 예산이 많아집니다. 한국에서 국제대회를 보는 것, 국가대표의 해외 전지훈련과 평가전이 가능해집니다.

“스포츠의 여러 가지 측면이 있죠. 산업화는 비즈니스 측면을 가장 크게 보는 겁니다. 농구의 파이가 작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작다고 느끼는 겁니다. 조기축구회가 축구의 저변을 넓혔습니다. 농구도 클럽에서 즐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협회의 행정 시스템 안으로 모시면 파이를 키울 수 있어요.”

▲ 농구의 파이, 작다고 느끼는 겁니다

“행정서비스 안으로 모시는 것”의 핵심은 기록의 관리입니다. 지금은 엘리트 대회만 공식적으로 기록을 제공합니다. 클럽 대회는 주최자의 선택에 따라 기록을 제공받습니다. 정 부회장은 향후 협회는 모든 대회, 모든 참가 선수에게 기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그 작업은 시작됐다고 부연했습니다.

기록의 제공은 공식 대회에 참가했음을 인증하는 것입니다. 하위 리그지만 공식 선수로 뛰었다는 걸 증명하는 것입니다. 참가하는 마음가짐이 과거와 같을 수 없습니다. 더 좋은 기록을 위해 노력하고, 상위 리그 진출을 위해 땀을 흘립니다. 동영상을 보며 연구하고, 스킬트레이닝을 받습니다. 코치를 초빙해 전술을 배웁니다. 농구 시장이 커지는 것입니다.

기록을 관리하는 것은 대표팀 선발과 육성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기록이 우수한 선수들은 캠프나 아카데미에 초청되어 정성 평가를 받습니다. 신체 능력도 측정합니다. 여기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선수들을 미래의 국가대표 후보군으로 관리합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국제대회 좋은 성적의 토대가 되는 일본의 상비군 제도가 이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 미국에서 여준석과 함께. 7월 일본과 평가전 후 여준석, 이현중, 재린 스티븐슨을 만났다.

“지금 협회의 1년 예산이 약 80억입니다. 백만 명이 1년에 만 원만 내도 100억입니다. 대회를 만들고 기록을 관리하는 경비로 큰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100만 명이 되면요, 기업의 후원이 따라옵니다. 백만 명이 무리일까요? 처음에 만 명, 십만 명이 어렵습니다. 일단 모이면, 커지는 건 쉬워요. 그래서 농구인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 일단 모이면, 커지는 건 쉬워요

한국 농구가 위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위기 극복을 위한,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해법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정 부회장이 제시하는 해법은 ‘산업화’입니다.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K-디비전’은 산업화를 향한 로드맵의 핵심입니다. 그것을 통해 한국 농구의 르네상스를 열 수 있다고 정 부회장은 확신합니다.

정 부회장의 비전은 농구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축구와 야구 정도를 제외한 대다수 종목은 엘리트 선수 수급이 어렵습니다. 그 종목들 역시 ‘산업화’가 대안이라고 믿습니다. 농구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대한민국 농구가 대한민국 스포츠를 바꾸기를 기대합니다.

#사진_점프볼DB, 정 부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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