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하이니켈 전구체 국가핵심기술 지정

2차전지 양극재에 핵심 물질
해외 매각 땐 정부 승인받아야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 활용
영풍 측 “기술 해외 유출 없을 것”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고려아연은 “관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이나 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 측을 겨눴고, 영풍은 “최대 주주로서 고려아연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받았다.

18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지난 9월 신청했던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기밀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서, 현재 70여건이 지정돼 있다.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에 인수될 시에는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하는 특별 관리를 받는다.

전구체는 이차전지 양극재에 핵심물질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화합물을 적절한 비율로 섞은 전구물질에 리튬을 추가로 주입하면 양극재가 된다. 하이니켈 전구체는 이때 니켈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높인 전구체를 말한다. 이차전지 업계에서 자동차용 고급 배터리 수요가 커지면서 하이니켈 전구체 수요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중국에 양극재 소재를 의존했으나 고려아연은 새로 공급망을 구축해 국내에서 하이니켈 전구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자사 기술을 보호하고 현 경영진의 회사 지배권을 유지해야 할 명분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연합한 MBK파트너스가 단기 차익 시현에 집중하는 사모펀드라는 점과, 이 펀드에 일부 중국 자본이 포함됐다는 점을 들어 경영권이 넘어가면 해외 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고려아연의 해외 우량자산을 먼저 구조조정해 수익화를 도모하거나 다른 중요기술의 해외 공유·수출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금 회수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지속 성장하고 기술력이 꽃피울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주주가치를 강화하겠다”며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