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거장 가는데 15분”…‘극한’ 출근길 예정 [뉴스+]
첫날 수백대 지연 사태… 시민들 발동동
퇴근길 강추위 겹쳐… 시민 불편
기흥역 선로 불 승객 600명 대피
코레일 “법령 위배 땐 엄중 대처”
서울지하철 총파업 71%로 가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18일 준법투쟁(태업)에 돌입하면서 열차 운행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었다. 수도권 등지에서 열차가 수십분씩 지연되면서 영하권 추위에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준법투쟁은 19일 이후에도 이어질 예정이어서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시민들이 많이 찾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내에선 이날 오전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열차가 지연 및 불규칙하게 운행되고 있으니 급한 분들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열차 지연 소식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은 전날부터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될 수 있다”고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지만, 월요일 일부 출근길의 혼잡을 피할 순 없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지연(32)씨는 “20분이나 기다려 노량진역에서 열차를 탔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해 용산역까지 한 정거장을 가는 데 15분이 걸렸다”며 “한 역에서는 거의 5분 동안 열차가 가만히 서 있어서 결국 회사에 지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용인시 기흥구의 수인분당선 기흥역 선로에서 난 불은 출근길 혼란을 더했다. 수인분당선과 3호선에서 노조 태업으로 열차 지연 현상이 빚어진 가운데 오전 7시30분쯤 일어난 선로 화재로 이 열차에 타고 있던 하행선 승객 600여명이 대피하고 열차가 무정차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용인시는 이날 오전 재난문자를 통해 “용인시 기흥역 화재 발생으로 현재 무정차 운행 중입니다”라고 안내했다.
퇴근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용산·서울역 등 인파가 몰리는 역 플랫폼은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혼잡했다. 용산역에선 “경의선 급행열차가 불안정하게 운영되고 있으니 일반열차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됐다.
문산역으로 퇴근하는 회사원 정희연(29)씨는 “아침에 급행열차가 안 와서 대신 일반열차를 타야 했고, 출근 시간이 평소보다 30∼40분 더 걸렸다”면서 “경의중앙선은 포기하고 고속버스로 갈아타러 간다”고 말했다.
앞서 철도노조는 “기획재정부가 1566명의 정원 감축을 추진하면서 코레일의 인력 공백은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준법투쟁을 선언했다. 노조는 21일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 등을 거쳐 다음 달 초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철도노조의 태업으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태업 과정에서 사규와 법령에 위배되는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엄중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사 간 쟁점은 임금 인상 폭과 인력 충원이다. 공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내년 임금 인상률 2.5%를 제시했지만, 노조는 5%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퇴직자는 많은데 올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아 당장 내년 열차 운행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파업 전까지 사측과 대화의 여지는 열어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간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언주역∼중앙보훈병원역 구간) 노조는 28일 경고파업을 앞두고 있다. 9호선의 경우 1단계(개화∼신논현) 구간은 민간업체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2·3단계는 서울교통공사의 사내독립기업(CIC)인 9호선운영부문이 운영 중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는 경고파업 후에도 별다른 대화의 진전이 없을 경우 다음 달 초부터 본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메트로9호선지부 관계자는 “28일 전에 좋은 협상안이 나온다면 언제든 이야기를 나눌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규희·백소용·구윤모 기자, 용인=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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