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 효능 입증해야 살아남는다”… 식약처만 바라보는 식음료 기업들

변지희 기자 2024. 11.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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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숙취해소 제품에 '숙취해소'라는 문구를 표기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식약처 기준에 따라 숙취해소 기능을 입증할 수 있는 인체적용시험을 진행해 효능을 인증받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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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식약처 효능 입증 의무화
입증 못 하면 ‘숙취해소’ 표현 못 써
업계, 수억 원 들여 입증 준비 한창
미 입증 후 ‘술 마신 다음’ 등 우회적 표현 쓸 가능성에
식약처 “소비자 오인 여지 있으면 행정처분 검토”

내년부터 숙취해소 제품에 ‘숙취해소’라는 문구를 표기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식음료 기업들은 준비에 만반을 기하고 있다. 숙취해소 기능을 앞세워 광고하는 게 까다로워지는 것은 물론, 실제 숙취해소 기능을 입증한 ‘진짜’ 제품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내년 1월 1일부터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보지 아니하는 식품 등의 기능성 표시 또는 광고에 관한 규정 제정 고시’를 시행한다.

지난 2020년 식약처는 숙취해소라는 표현이 소비자에게 의약품 혹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며, 과학적 근거 없이는 숙취해소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4년간 유예 기간을 뒀다. 유예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식약처 기준에 따라 숙취해소 기능을 입증할 수 있는 인체적용시험을 진행해 효능을 인증받아야만 한다.

식약처가 안내한 ‘숙취해소 표시·광고 실증을 위한 인체 적용 시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와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농도의 변화 등을 측정해 알코올 섭취 후 나타나는 생리·생화학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또 음료를 복용한 이들은 숙취 관련 자기 평가도 시행해야 한다. 알코올 숙취 심각 정도 설문지, 숙취 증상 정도 설문지 등을 활용해 숙취 정도를 판단하도록 식약처는 권장하고 있다.

인체 적용 시험 등 입증 과정에 드는 비용은 수억원에 달한다. 이에 숙취해소라는 용어 대신 ‘음주 후’, ‘술 마신 다음’ 등 우회적인 방법을 쓰는 제품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품목 인허가 관련 현황 자료에 기반해 숙취해소 관련 제품명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상황에 따라 (일반 식품에 불과한데 숙취해소 기능이 있는 것 처럼 우회적인 제품명을 쓰는 경우) 오인의 여지가 있는지를 검토해 행정처분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CU BGF사옥점에서 한 시민이 숙취해소제를 고르고 있다. /뉴스1

◇ “숙취해소 표기 못하면 매출 타격”... 인증 준비 한창인 식음료업계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오프라인 채널 기준 숙취해소제 판매액은 2019년 2678억원에서 지난해 3473억원 규모로 29.6% 성장했다. 올해는 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제품에 숙취해소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되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 인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식음료업계의 대표적인 숙취해소제는 삼양사의 ‘상쾌환’, 롯데칠성음료의 ‘깨수깡’, 한국콜마의 ‘컨디션’, 그래미의 ‘여명808′ 등이 있다. 삼양사의 상쾌환은 지난 2013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 1억 포가 넘었을 정도로 인기 제품이다. 지난 2023년 출시한 숙취해소음료 ‘상쾌환 부스터’는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병을 돌파하기도 했다. 여명808을 생산하는 그래미는 인체 적용 시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깨수깡을 지난 2019년 출시했다. 깨수깡은 출시 반년 만에 누적 판매 300만 캔을 돌파했고, ‘깨수깡 환’ 등 상품을 다각화하면서 장기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체 적용 시험을 완료하고 식품산업협회의 자율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내년 시행되는 숙취해소제 기능성 표시제의 안착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콜마의 자회사인 HK이노엔도 숙취해소제 컨디션이 올해 안에 식품산업협회의 자율심의 결과를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록색 병 음료로 시작한 컨디션은 현재 ▲컨디션헛개 ▲컨디션레이디 ▲컨디션CEO(컨디션씨이오) ▲컨디션 환 ▲컨디션 스틱 등 5종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제형의 제품이 나올 경우 식약처는 인체적용시험을 제형마다 또는 주재료에 대해서만 진행할 수 있도록 각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주재료에 대해 실험을 진행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그동안 자체 입증 자료만 갖고 있었으나 이번 법령 시행으로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식품협회로부터 연내 결과를 받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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