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엔비디아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지 않을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 11.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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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전 세계 기업가치 순위 1위인 엔비디아의 임직원들은 대부분 엄청난 부자가 됐지만 여전히 격무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 직원들은 주 7일 근무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새벽 2시까지 일을 해야 하는 고강도 근무 환경에 놓여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까지 5.3%에 달하던 퇴사율이 금년 초부터 꾸준히 하락해 현재는 2.7%를 기록하며, 빅테크 기업 중에서 가장 낮은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반도체 기업의 평균 퇴사율은 17.7%이다. 엔비디아의 평균 근무연수는 3.2년으로 애플 1.7년, 아마존 1.8년, 메타 1.8년, 테슬라 2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굉장히 긴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업무로 개인적인 여가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회의 시간에 짜증을 내고 싸우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엔비디아의 연봉 체계가 이직률울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고용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평생 평균 12번 이상 직장을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속 기간은 4.6년이지만, 35세 이전에는 직장을 자주 옮기기 때문에 2.8년으로 훨씬 짧았다. 이직 사유는 급여와 직급 상승이 65%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직장 상사와의 갈등이 15%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잡호핑(job-hopping)족'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직업을 의미하는 '잡(job)'과 뛰는 모습을 표현한 '호핑(hopping)'이 결합된 단어로, 자주 회사를 옮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더 나은 연봉이나 근무 환경, 커리어 관리 등을 위해 회사를 쇼핑하듯 옮겨 다니는 것이다. 과거 노동시장에서 이직은 '사회 부적응자'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 Z세대 사이에선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사라지고 '경력개발'의 일부로 보고 있다. 동시에 이직하면서 덩달아 따라오는 것은 '임금 인상'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한 직장에 그대로 남아 있는 근로자보다 이직한 근로자들이 연간 30% 정도 임금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잡호핑이 늘어나면서, Z세대는 이직의 긍정적인 측면을 높게 사고 있는 반면 경영자들에게는 여간 큰 골칫거리가 아니다. 조직 내 우수한 직원이 조기 퇴사를 하면 다른 직원들도 덩달아 동요하며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직이 많아지면 회사의 기회비용은 늘어나고 생산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높은 보너스와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며 우수한 인재들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잡호핑을 취재한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시대의 승자는 퇴직자들(In this economy, quitters are winning)'이라는 기사에서 근로자들은 '즐거운 비명', 기업들은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엔비디아의 급격한 이직률 하락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CEO인 젠슨 황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적이 저조한 직원을 해고하는 것보다 그들을 유능한 직원으로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스톡그랜트(Stock Grant)를 포함한 파격적인 급여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다. 주가와 연계된 급여 제도는 4년을 근무해야 최대한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어서, 조기 퇴직을 하는 직원들은 불이익을 받게 되는 구조다.

스톡그랜트는 회사 발전에 기여했거나 향후 성장에 도움이 될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방식으로,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만을 주는 스톡옵션(Stock Option)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가 1만 원인 주식 100주를 스톡그랜트로 받았다면 즉시 100만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주식을 공짜로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 후 주가가 10만 원으로 오른다면 임직원은 1000만 원의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해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스톡옵션 대신 장기 성과를 유도하게 하는 제도로 주목받기 시작한 제도다. 지급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양도 시점이나 지급 시점도 장기로 설정할 수 있어 유능한 임직원을 오랫동안 회사에 근무하게 할 수 있다. 자사주매입을 통한 주가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정관변경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신주가 발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되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주식을 취득해야 하므로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주가가 많이 오르면 예상보다 큰 지출로 부담이 될 수 있다. 권리 확정이 단순히 근속 기간이라면, 회사 성장에 직접적인 기여 없이 무임승차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반면에 성과 조건 달성의 난이도가 너무 높게 설정되면 동기부여 의도가 퇴색될 수도 있다. 스톡옵션과는 달리 세제 혜택이 없어서 세금 부담이 클 수도 있다.

스톡그랜트는 우리나라 법적 용어로는 성과조건부주식교부계약이라고 하며, 주식이 교부되는 시기에 따라 선지급형(조건부 주식보상, Restricted Stock Award, RSA)과 후지급형(조건부 가상주식, Restricted Stock Unit, RSU)으로 구분되지만, 대부분 RSU를 사용된다. RSU는 계약 체결 후 성과 조건이 달성된 후에 주식으로 교부된다.

인재 쟁탈전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는 RSU가 오래전부터 보편적 보상 시스템으로 도입됐으나, 엔비디아와 같이 주가가 급등하여 대부분의 직원들이 돈방석에 앉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버드 로스쿨 기업지배구조 포럼에 따르면 총 급여에서 주식 기반 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 대기업 총 급여의 50%를 넘었다고 한다. 엔비디아는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정 요건을 달성할 경우 자신 급여의 50%까지 RSU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지난 5년간 주가가 수십 배나 폭등하면서 엔비디아에 5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은 모두 로또에 당첨된 것이다. 그리고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올라간다면 더 큰 수익을 계속해서 얻게 된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RSU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2020년 한화그룹이 가장 먼저 도입한 후 네이버, 두산, 포스코퓨처엠, LS, 쿠팡 등 많은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88개 그룹 중 17개가 RSU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스타트업들도 RSU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종전에는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만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벤처기업은 활용할 수 없었지만 법 개정으로 배당가능이익이 없어도 자사주를 취득하여 RSU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일각에선 RSU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톡옵션과 달리 대주주에게도 줄 수 있고, 대주주에게 지급해도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조계에서는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상법 등에 해당 제도의 활용 요건, 한계 등의 내용을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RSU가 아무리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효율적인 인센티브 제도라 하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실적을 내고 성장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첨을 꿈꾸며 로또를 사는 것 쉽지만, 당첨은 극소수에 한정된 행운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대한민국 경제를 응원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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