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친자’ 윤경호 “내 덩치처럼 묵직하게…단 한 순간도 웃기고 싶지 않았다”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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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기는 배우다.
작은 눈에 커다란 덩치, 다소 험상궂은 인상이지만, 웃으면 누구보다도 귀여운 매력이 고루 섞인 배우 윤경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스틸러다.
윤경호는 단 한 번도 웃기지 않았다.
윤경호는 "익숙한 길이 아닌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갈증이 컸다. 제 연기가 늘 과한 면이 있었다. 덜어내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신뢰가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발전시키고 싶었다. 마침 감독님께서 저의 그런 면을 봐주셨다. 진중함을 담아주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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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일단 웃기는 배우다. 웃길 줄도 안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에서 주로 부름을 받았다. 작은 눈에 커다란 덩치, 다소 험상궂은 인상이지만, 웃으면 누구보다도 귀여운 매력이 고루 섞인 배우 윤경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스틸러다.
그러다 보니 자극적인 연기가 많았다. 표정 변화도 많았고, 움직임도 컸다. 대사는 빨랐다. 워낙 기술이 좋고 특출한 연기력을 갖고 있어 어려운 장면도 늘 훌륭히 소화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웃기고 임팩트 강한 역할만 주어진다는 것. 윤경호에겐 풀어내야만 하는 숙제였다.
기회가 왔다.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오정환 형사팀장이다. 윤경호는 단 한 번도 웃기지 않았다. 조금의 가벼움을 허용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함으로 밀어붙였다. 윤경호를 오래 지켜본 시청자로선 생경하다 못해 웃기지 않아 서운했던 마음도 생겼다. 결과적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윤경호의 성장이 유독 눈에 띄었다.
윤경호는 “익숙한 길이 아닌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갈증이 컸다. 제 연기가 늘 과한 면이 있었다. 덜어내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신뢰가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발전시키고 싶었다. 마침 감독님께서 저의 그런 면을 봐주셨다. 진중함을 담아주려 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원했던 순간이 왔다고 해도, 수행하는 건 다른 숙제다. 애드리브를 하든 이상한 표정을 짓든 다양한 동작을 하든 화면을 현란하게 채우는 특기를 중단했다. 실제처럼 상대를 바라보는 것, 기다리는 것 외엔 하지 않았다.
“손발이 묶인 기분이 들었어요.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계속 참은 거죠. 애드리브라도 나오려고 하면 감독님이 잡아주셨어요. 지루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여백이 있는만큼 밀도가 생기더라고요. 초반에는 조바심이 있었어요. 새로운 걸 하다보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요. 동료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주로 장태수(한석규 분) 팀장과 대치했다. 형사팀장과 프로파일러는 실제로 자주 다툰다고 한다. 발로 뛰는 형사들과 자료를 깊숙하게 살펴보는 프로파일러는 사건에 대한 수사방식이 달라 시시때때로 부딪힌다는 것.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도 그런 장면이 많이 나왔다. 특히 장태수는 조직력이라곤 도무지 찾을 수 없으며, 오 팀장을 무시하는 듯 행동하는 인물이다. 번번이 이해하고 봐주는 오 팀장이 안쓰러울 정도다.
“사실 정도 짜증이 많이 났어요. 적당히 해야지 장 팀장이 너무 심하잖아요. 장 팀장이 너무 그렇게 나오니까 오 팀장은 우유부단해져요. 제작진에게 너무 바보처럼만 만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요. 형사들이 고구마를 주면 드라마가 재미없잖아요. 그래도 장 태수가 일을 잘한다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 갈무리가 잘 된 것 같아요.”
드라마에선 크게 다투는 형태지만, 실제에서는 은인에 가까울 정도로 애정했다. 윤경호는 한석규에게 많은 걸 배웠고, 한석규는 윤경호를 인정했다.
“말도 느리고, 평소 제가 하던 연기가 아니라 힘들었어요. 그때 석규형이 ‘말도 빠르고 정확한 것도 좋지만, 한 번쯤은 느릿느릿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 잘 소화하면 롱런하는 배우가 될 거야’라고 해줬어요. 한석규란 배우가 그렇게 말하니까 귀를 의심할 정도로 반가웠어요. 사실 석규 형도 말을 빠르게 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거든요. 동질감이 있죠. 생각하니까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주책 맞게. 하하.”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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