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대만에 져서 탈락했다” 류중일 감독이 짚은 한국-대만 야구 역전 이유

[뉴스엔 안형준 기자]

대만과의 격차는 이제 사라졌다. 어쩌면 역전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1월 18일 대만 타이베이의 티엔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라운드 최종전 호주와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날 대표팀은 5-2 승리를 거뒀다.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최종전을 치른 대표팀은 투타 모두에서 호주를 앞서며 승리했다. 2차전 쿠바전부터 시작해 4경기 연속 좋은 경기력을 보인 대표팀이다. 연일 선전을 이어간 대표팀이지만 4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대회 첫 경기였던 대만전 패배가 결국 사상 첫 프리미어12 조별라운드 탈락으로 이어졌다. 류중일 감독 역시 "이겨야 할 팀을 이기지 못했다. 대만에 져서 탈락한 것이다"고 짚었다.

대만은 그동안 한 수 아래의 팀으로 여겨졌다. 프로야구 리그가 있는 나라지만 대만 리그는 KBO리그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 몇 안되는 프로 리그를 가진 나라인 만큼 국제대회에 꾸준히 모습을 나타냈지만 아시아 내에서도 한국, 일본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한국이 대표팀 세대교체에 나선 지난해 아시안게임부터 분위기는 달라졌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조벌예선에서 대만에 0-4 완패를 당했고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 2-0 신승을 거두며 간신히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는 첫 경기 대만전을 3-6으로 패하며 결국 조별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겪게 됐다.

더이상 대만을 '한 수 아래'의 팀으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 대표팀은 최근 국제대회 대만전 5경기에서 2승 3패로 오히려 밀리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대만전을 준비하면서부터 대만의 투수력을 경계했다. 그리고 대만전 패배 후에도 "우리 타자들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지만 대만 투수들이 강했다"고 돌아봤다. 대표팀 타선이 쿠바와 도미니카 공화국의 강력한 투수들을 무너뜨렸고 일본의 에이스도 공략한 것을 감안하면 류 감독의 발언을 단순한 변명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류 감독은 대만이 강해진 비결로 '유망주 정책'을 꼽았다.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해외 무대에 보내 국제 경쟁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부터 세 번이나 대표팀의 앞을 가로막은 대만의 좌완 에이스 린위민이 대표적인 예다. 린위민은 2003년생의 어린 투수. 18세 때부터 미국 무대로 건너가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애리조나 다아이몬드 백스 트리플A에서 뛰고 있다. 애리조나가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상위권 유망주다.

린위민 뿐만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아시안게임 당시 불펜에서 활약한 류즈룽도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유망주다. 대만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마이너리거를 무려 7명이나 소집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대만은 유망주들을 해외로 보낸다. 국내에 두지 않고 다 보낸다. 그리고 그 선수들을 국제대회가 열리면 다 불러모은다. 그러다보니 투수가 좋다. 린위민도 나이가 겨우 스물하나다. 그런데 미국에 보냈다"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와는 생각이 다르다. 우리는 어린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실정이고 대만은 오히려 보낸다. 그 부분에서 조금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물론 한국과 대만의 실정은 다르다. 대만은 프로 리그의 수준이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낮다. 그래서 재능있는 유망주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적극적으로 보낼 수 있다. 지금은 미국으로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는 대만이지만 예전에는 일본으로 유망주를 보냈다. 10년 전 한국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지금도 대만 대표팀에서 주축으로 활약 중인 좌완 천관위, 우완 궈진린 등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성장한 선수들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KBO리그가 경쟁력이 있는 만큼 대만에 비해 국내 무대에서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잘 갖춰져있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해외로 향하는 유망주의 수가 적은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리그 보호'라는 명목으로 어린 유망주들이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외 무대로 향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유망주가 한국에서 고교생활을 한 뒤 KBO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해외로 향하는 경우 해외 리그를 떠나 KBO리그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2년의 유예기간을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무대를 선택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KBO리그로 눈을 돌리는 선수들도 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한국 야구계가 유망주의 해외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대표팀 소집도 KBO리그 소속 선수들 위주로 이뤄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KBO리그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제대회 경쟁력 회복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 대표팀 사령탑은 어느새 전력 역전의 위기까지 몰린 한국과 대만의 현주소에서 느낀 바가 있었다. 이제는 한국 야구가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일지도 모른다.(자료사진=위부터 한국 대표팀, 대만 대표팀)

뉴스엔 안형준 mark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