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본업 넘어 선박·로봇·우주로"…사업다각화 속도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나요?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배터리 업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비전기차(Non-EV)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본업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뿐만 아니라 자율주행로봇과 우주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달에만 세 건에 걸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달성했다. 지난달 7일 비전 선포회에서 비전기차 사업 분야인 로봇용과 도심항공교통(UAM), 선박 배터리 분야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뒤로 신속하게 구체적인 조치들을 공개해온 것입니다.
로봇 분야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인공지능·자율주행로봇 기반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베어로보틱스에 원통형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내년부터 베어로보틱스가 생산하는 '서비 플러스'와 같은 서비스로봇과 물류용 자율주행로봇(AMR) '카티' 등 산업용 로봇에 원통형 2170을 단독 공급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번 협약은 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 배터리의 검증된 성능과 품질로 신규 어플리케이션을 적극 확대한 결과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999년 원통형 배터리를 최초로 개발한 뒤 높은 생산성과 품질 관리 능력 등에서 기술리더십을 축적해왔습니다.
이번에 베어로보틱스에 납품하는 원통형 2170 배터리는 안전성 강화를 위해 알루미늄을 적용한 고품질 NCMA 양극재를 사용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 고유의 특허 기술인 세라믹이 코팅된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를 적용해 안전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원통형 배터리 분야에서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고도의 안전성 등 차별화된 고객가치 역량을 다시 입증했다"며 "소비자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공간에서 활동하는 서비스 로봇의 경우 보급화를 위한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었는지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베어로보틱스와의 기술 협업 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로봇 시장을 공략해 사업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기술력과 베어로보틱스의 100% 자율주행·로봇 관제 시스템을 통한 솔루션 제공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신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입니다.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 로봇시장은 2030년 221억5000만달러로 연평균 34% 성장할 전망입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스페이스X는 대부분 자체 생산한 배터리만 우주왕복선에 장착해왔지만 내년에 선보일 차세대 우주왕복선 '스타십'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미국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는 이달 14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2026년부터 4년간 ESS를 공급하는 계약으로 컨테이너 가격이 ㎾당 170~190달러임을 고려하면 약 2조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이는 버테크 출범 이후 최대 성과입니다.
삼성SDI는 ESS를 필두로 비전기차 사업 비중 확대에 한창입니다. ESS가 전력 수요 증가와 기후 변화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과 고성능 제품 경쟁력을 내세워 ESS 시장에서 이정표를 하나씩 세우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ESS 부문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3대 메이저 전력회사들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내년 공급 물량까지 안정적으로 수주를 확보한 상황입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조원대 규모의 ESS 배터리를 납품하는 계약을 따냈습니다. 공급 규모만 6.3GWh로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합니다.
공급 제품은 '삼성 배터리 박스'(SBB)'로, 20피트 컨테이너 박스에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을 설치한 제품입니다. 컨테이너 단위 에너지밀도가 기존 제품 대비 37%가량 향상된 것이 특징입니다.
삼성SDI는 ESS 사업 확대를 위해 LFP 배터리 도입도 준비 중입니다. 최근에는 LFP 대형화 셀 검증을 마치고 제품 설비 컨셉 등을 확정해 지난달부터 울산 사업장에 마더(기본생산)라인 구축을 시작했습니다. 2026년 내에 양산과 글로벌 프로젝트 공급이 목표입니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올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ESS LFP 제품을 기반으로 해외 거점 진출도 같이 고려하고 있다"며 "LFP 해외 거점은 먼저 국내 마더라인에서의 검증과 초기 양산을 마친 후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현지 생산에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시장 변동성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 장기적인 성장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간 집중해온 전기차 시장 외에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배터리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전기차 캐즘으로 단일 산업에만 의존하는 것은 시장의 변동이나 위기가 전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다양한 산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전체적인 사업 안정성을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을 때부터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지원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왔다"며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한 전략적 다각화를 추구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가 된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국가별 사업 다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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