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아니다, 오히려 잘했다… 한국이 '언더독'임을 인정해야할 때[프리미어12]

이정철 기자 2024. 11. 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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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이상하다. 대다수 전문가, 심지어 한국 야구팬들마저 슈퍼라운드 진출을 어렵게 바라봤다. 그런데 막상 대만, 일본에게 패배하자 참사라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한국 야구대표팀은 잘 싸웠다. 전력을 쥐어 짜내며 나름 좋은 성적표를 남겼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시 대만 타이베이시 티엔무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5경기 호주전에서 5-2로 이겼다.

류중일 감독. ⓒ연합뉴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성적을 3승2패로 마쳤다. 일본(4승), 대만(3승1패)에 이어 3위를 확정지었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 진출권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은 프리미어12 초대 우승팀이다. 2015 프리미어12에서 준결승 일본, 결승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2019 프리미어12에서는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현재까지 이 대회 최고의 성적을 올린 팀이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지난 13일 B조 첫 경기 대만에게 3-6으로 패배하더니 15일 일본과의 맞대결에서도 3-6으로 무너지며 탈락 직전까지 몰렸다. 결국 일본, 대만에게 밀리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류중일호를 향한 여론은 좋지 않다. 수많은 야구팬들이 류중일호의 이번 결과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특히 선발투수들의 부진, 류중일 감독의 한 박자 늦은 투수교체는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타이베이 참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우승, 준우승을 기록했던 팀이 슈퍼라운드도 진출하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전력을 따져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한국은 애초에 이번 대회에서 언더독이었다. 우선 선발진 약점이 두드러졌다.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는 곽빈 1명 뿐이었다. 좌완 선발투수도 최승용이 유일했다.

심지어 최승용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선발투수 4명의 시즌 평균자책점 합계는 4.39였다. 2024시즌 KBO리그가 타고투저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대표팀 선발투수로서는 낙제점에 가까운 평균자책점이었다.

고영표. ⓒ연합뉴스

▶류중일호 선발투수들의 2024시즌 주요 성적

고영표 100이닝 6승8패 평균자책점 4.95
임찬규 134이닝 10승6패 평균자책점 3.83
곽빈 167.2이닝 15승9패 평균자책점 4.24
최승용 27이닝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6.00

KBO리그는 오래 전부터 미국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류중일호 선발투수들은 KBO리그에서도 상위권으로 볼 수 없었다. 이들을 앞세워 일본프로야구, 트리플A, 더블A 선수들로 채워진 다른 팀들의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쿠바엔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1.88) 리반 모이넬로, 대만엔 트리플A까지 진출한 린위민이 존재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한국의 마운드가 B조 최약체였다. 강력한 불펜진이 있었지만 선발야구를 선호하는 류중일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었다.

실제 한국은 대만,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에게 6점씩을 내줬다. 쿠바에게도 4실점을 허용했다. 호주 타선은 2실점으로 막았지만 순위가 결정된 최종전이었다. 실질적으로 상대팀 타선을 제대로 막은 적은 없다.

그럼에도 한국은 3승을 올렸다. B조에 절대강자 일본이 존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모이넬로에게 6점을 뽑아내고 도미니카 공화국에게 6점차로 뒤지다 역전하는 등 타선이 맹활약했다. 한일전에서도 경기 초반 3점을 따내며 일본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김도영. ⓒ연합뉴스

물론 류중일호의 대만전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대만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4경기의 경기력은 매우 훌륭했다. 언더독이었지만 일본의 간담도 서늘하게 만들었다. 비판만 받아야하는 성적은 아니었다.

현재 한국 야구대표팀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을 기록했을 때와 다르다. 전력을 보면 탈락이 당연한 결과다.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을 빗대 한국 야구대표팀의 탈락을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물로 바라보면 안된다.

감정적인 비판은 오히려 한국 야구의 발전을 막는다. 한국의 전력이 언더독임을 인정하고 희망을 보여줬던 것, 과제로 남긴 것을 분석해 한국 야구대표팀의 발전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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