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사과 안 하실 겁니까" 야당의 예산 엄포[기자의눈]

이기범 기자 2024. 11. 1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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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야당 의원들은 민주노총의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 강경 진압 논란으로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세 차례에 걸쳐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조지호 경찰청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경찰의 특정업무경비(특경비), 특수활동비(특활비), 경비국 관련 예산 전액 등을 꼼꼼히 따질 것"이라고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경찰 예산 삭감이 국회가 통과시킨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확대 법안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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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권 퇴진 집회 과잉진압 논란 놓고 경찰청장 사과 요구 나선 국회
집회의 자유와 공권력 행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 대신 예산 삭감 엄포만
조지호 경찰청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2024.11.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경찰청장님, 사과하실 용의 있으십니까?"

지난주 야당 의원들은 민주노총의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 강경 진압 논란으로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세 차례에 걸쳐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조 청장은 사과를 거부하며 "불법 행위를 제지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참가자들이 신고 범위를 일탈해 도로의 전 차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행위가 상당 시간 지속됐다" 등 입장을 고수했다. 또 "본인들이 신고한 장소로 들어갔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표명했을 뿐이다.

야권의 사과 요구엔 타당한 측면이 있다. 사전 신고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불법 집회라는 경찰의 논리는 대법원 판례와 배치된다. 2021년 대법원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경찰을 상대로 낸 국가배상소송에서 "신고 사항 미비나 신고 범위 일탈만으로 곧바로 집회 자체를 해산·저지해선 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집회 및 시위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공권력 행사를 "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만 제한 조치를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과를 요구하는 쪽과 직접적인 사과를 거부한 쪽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다. '불법 집회'냐 '과잉 진압'이냐는 사실에 대한 해석의 영역에 걸쳐져 있다. 경찰 내부에선 청장이 일방적으로 숙이는 모양새가 되면 공권력이 위축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사과 여부를 빌미로 예산안 삭감을 꺼내 든 데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더니 권력의 몽둥이가 돼 민중을 향해 휘둘리는 행태를 반드시 뜯어고치겠다"며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이런 점을 명확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조지호 경찰청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경찰의 특정업무경비(특경비), 특수활동비(특활비), 경비국 관련 예산 전액 등을 꼼꼼히 따질 것"이라고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총 6800억원 규모의 예산이다.

이 같은 예산은 민생 치안과 직결된다. 특활비는 마약 범죄 등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활동과 수사에 쓰이고, 특경비는 수사 업무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급되는 경비다. 경정 이하 경찰관 12만여 명에게 매월 약 10만~30만 원 지급된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가뜩이나 수사비가 모자라면 사비를 써서 수사하는데 직권남용 아니냐", "예산 삭감을 계기로 경찰 활동을 축소해야 한다" 등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경찰 예산 삭감이 국회가 통과시킨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확대 법안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집회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을 놓고 집회의 자유와 공권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기대하는 건 정치권에 대한 무리한 요구인 걸까. 야당의 세 차례 사과 요구 뒤엔 예산 삭감 엄포만 남았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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