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무서워 부산서 서울 이직…오피스텔까지 찾아와 보복 살인한 남친

박태훈 선임기자 2024. 11. 1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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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워치 눌렀지만 경찰 엉뚱한 곳 출동 참사[사건속 오늘]
범인 "한번 잘못을 내 탓으로" 뻔뻔…1심보다 5년 높여 40년형
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이 2021년 11월 29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전날 내린 비로 쌀쌀한 날씨를 보이던 2021년 11월 19일 오전 11시 29분쯤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던 30대 여성 A 씨는 비상계단에서 기다리던 김병찬(1986년생)과 마주쳤다.

김병찬이 흉기를 들고 다가오자 A 씨는 경찰이 제공한 스마트워치를 정신없이 눌렀다.

경찰은 위치추적에 실패 엉뚱하게도 A 씨가 살고 있는 쪽과 2km여 떨어진 명동의 한 오피스텔로 출동했다.

그 사이 김병찬은 흉기를 마구 휘둘렀고 A 씨는 오전 11시 33분쯤 있는 힘을 다해 스마트워치를 또 눌렀다.

경찰은 11시 45분에 현장에 도착, A 씨를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지만 목 부위에 큰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 A 씨는 곧 사망하고 말았다.

대표적인 데이트폭력, 스토킹 보복살인…경찰 보호 허술, 스마트워치 오작동

이번 사건은 △ 보복살인 △ 스토킹 살인 △ 데이트폭력 △ 경찰의 신변 보호 허술 △ 스마트워치 오작동 사건을 대표하고 있다.

또 2022년 6월 16일 1심이 징역 35년형이라는 벌을 내렸지만 그해 9월 23일 항소심이 징역 40년형으로 형을 높여 당시로선 사상 두 번째 최장기 유기형을 선고했다.

당시까지 최장기 유기형은 호스트바에서 알게 된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박 모 씨(당시 32세)에게 2015년 4월 9일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이 내린 징역 42년형.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데이트폭력 살인사건 용의자' A씨가 도주 하루만인 2021년 11월 20일 서울 중구 수표로 서울중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A씨는 전날 오전 11시30분쯤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인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40분 대구 소재의 한 숙박업소에서 용의자 A씨(35)를 검거했다. 한편 B씨는 경찰이 관리하는 '데이트 폭력 신변 보호' 대상자였다. 2021.11.2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021년 부산서 만난 김병찬, 집착 심해 이별 통보…스토킹 피해 서울로 직장 옮겼지만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던 A 씨는 2020년 봄 부산에서 김병찬과 잠시 교체했지만 지나친 집착에 그해 6월 이별을 통보했다.

이후 김병찬은 A 씨 집에 무단침입하고 살해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등 스토킹을 일삼았다.

김병찬에게 약 5개월간 폭언과 살해 협박에 시달린 A 씨는 견디다 못해 서울로 직장을 옮겼다.

서울까지 따라와 스토킹, 접근금지 명령 스마트워치 지급

A 씨가 서울로 올라가자 김병찬은 서울까지 따라와 괴롭혔다.

A 씨는 2021년 6월 26일부터 11월 7일까지 5차례에 걸쳐 경찰에 '스토킹 피해' 신고를 했다.

김병찬은 11월 7일엔 오피스텔에서 훔친 차량 열쇠로 A 씨 승용차에 들어가 있다가 놀란 A 씨의 신고로 강제 퇴거와 함께 11월 9일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경찰은 김병찬에게 △ 100m 이내 접근 금지 △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 정보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 A 씨에게 스마트워치 지급 등의 조치를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2022년 9월 21일 오후 대전 중부경찰서를 방문해 범죄 피해자보호 대응체계에 대한 현황 및 보완책 등에 대한 토론과 함께 스마트워치 작동 및 즉응태세를 체험하고 있다. 2022.9.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김병찬, 보복살해 결심…피해자, 김병찬 피해 친구 집으로

A 씨는 11월 7일 김병찬을 신고한 뒤 친구 집으로 임시 피신했다.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김병찬은 부산으로 내려간 뒤 보복을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지문 남지 않는 칼 손잡이' '미끄러운 손잡이' 등을 검색하던 김병찬은 범행 하루 전날인 11월 18일 서울로 올라와 모자와 흉기를 구입한 뒤 다음 날 피해자 오피스텔로 찾아갔다.

피해자, 이사가려 오피스텔 찾아다가 참변…김병찬 대구로 달아나

친구 집에 머물던 A 씨는 이사를 결심하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보기 위해 18일 중구 오피스텔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김병찬은 19일 지하 주차장에 A 씨의 차량이 세워져 있는 것을 확인, 비상계단을 이용해 A 씨 오피스텔에 있는 00층까지 올라갔다.

비상계단에 쪼그려 앉았던 김병찬은 A 씨가 나오는 소리에 달려들어 흉기를 겨눴다.

A 씨는 스마트 워치를 있는 힘껏 눌렀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살해 후 기차를 탄 김병찬은 거주지가 있는 부산이 아니라 대구에서 내렸다.

수사당국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잔꾀를 부렸지만 CCTV 등으로 동선을 추적한 경찰은 사건 다음 날인 11월 20일 김병찬을 대구의 모 호텔 로비에서 검거, 서울로 압송했다.

ⓒ News1 DB

1심…검찰 무기징역 구형, 法 "반성의 여지 있다"며 징역 35년

2021년 12월 1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서정식)는 김병찬을 일반살인(징역 5년 이상)보다 형량이 훨씬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징역 10년 이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1심에서 김병찬에 무기징역형을 구형했지만 2022년 6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 범행 내용을 모두 인정하며 있는 점 △ 반성문 제출 등 반성하고 있는 점 △ 이 사건 전에 특별한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영구 격리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35년형을 선고했다.

유족은 즉각 "사형에 처해도 시원찮다"며 울분을 터뜨리며 항소했다.

김병찬 반성문 "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 내 탓 취급, 안타깝다"…2심 "반성 의문" 징역 40년형

2022년 9월 23일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조광국 이지영 부장판사)는 1심 형량을 깨고 김병찬에게 징역 40년형으로 5년을 높이면서 15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1심에서 제출한 반성문에 '백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모든 게 제 잘못으로 치부되는 게 안타깝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를 볼 때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형을 높인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2심에서도 무기징역형을 구형했다.

유족 "사형시켜라" 상고…대법원 징역 40년형 확정

유족은 "왜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가"라며 격분, 즉시 상고했다.

하지만 2023년 1월 10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4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징역 40년형을 확정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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