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핵심 변수? '전쟁 끝내겠다' 다짐 트럼프, '확전' 불사 바이든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2024. 11.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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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평화의 재발명 (36) 주요 전장으로 떠오른 '쿠르스크'

우크라이나가 일부 지역을 점령한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봄과 여름 대반격에 실패한 우크라이나는 8월에 쿠르스크를 기습 점령해 러시아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여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북한)과 러시아는 6월에 체결한 북러 조약을 근거로 쿠르스크 탈환을 위한 공동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가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에이탬스크의 1차적인 목표물은 쿠르스크에 주둔하고 있는 북러 연합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의 에이탬스크 사용 허가 결정이 파병을 단행한 조선에 '대가'를 치르게 하고, 추가 파병을 억제하며, 쿠르스크 방어전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결정은 러시아가 주장해온 '금지선(Red Line)'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 타격을 허용한다면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에이탬스크 사용 허가 보도가 나온 직후에 러시아 의회 하원(두마)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인 블라디미르 자바로프는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고 반발했고, 상원 헌법위원회 안드레이 클리샤스 위원장은 "서방이 우크라이나 자주권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치닫기로 결정했다"고 경고했다. 이는 에이탬스크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공격이 실제로 벌어지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24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과도 충돌한다. 트럼프 당선인측은 조속한 휴전을 위해 휴전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데, 바이든의 이번 결정이 확전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사이의 입장 차이가 러-우 전쟁의 핵심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쿠르스크가 러-우 전쟁의 주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기습 점령에 나선 의도는 휴전이나 종전 협상이 개시되면 이를 지렛대로 삼아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겠다는 데에 있다. 이를 의식한 러시아는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나서는 한편, 휴전 협상의 조건 가운데 하나로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철군을 제시해왔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러시아는 조선의 지원을 받아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포함한 나토와 한국에 군사 지원 확대를 요구해온 근거로 작용해왔다. 그런데 바이든이 에이탬스크 사용을 허가하면서 숙원 가운데 하나는 풀릴 조짐이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km에 달하고 축구장 3-4개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어 북러 연합군을 타격해 쿠르스크 점령을 유지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말한 조선군의 파병 '대가', 즉 상당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조선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이다. 에이탬크스의 위력에 놀라 추가 파병을 자제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조선이 참전 지역을 쿠르스크에 한정하지 않고 다른 전선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러시아의 강력한 보복 작전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의 에이탬스크를 비롯한 중장거리 미사일의 추가 확보는 불분명하다. 현재 보유량으로 북러 연합군에 일시적인 타격을 가할 수는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축소나 중단을 공언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3년째가 다가오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확전이냐, 휴전이냐'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불법적인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와 이를 돕고 있는 조선의 선택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동시에 전쟁의 발발과 장기화에 있어서 무책임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인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막바지에 확전을 야기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도 유감스러운 현실이다. 확전의 위험을 품은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바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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