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갈등 심했던 '모아타운', 주민제안 방식으로 탄력
관리계획용역비 지원 없지만 갈등 적어 사업 효율성↑
'주민제안 1호' 관악구 신림동 5개월만 통합심의 통과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노후 저층 주거지를 대규모 개발하는 ‘모아타운’ 사업이 주민제안 방식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사업 출발 단계부터 주민동의율을 절반 이상으로 높여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업 진척 속도를 높인 점이 주효했다. 관리계획 수립을 관할 자치구청이 맡는 ‘자치구 공모’ 방식과 달리 관리계획수립 용역 비용을 지원받을 수는 없지만, 갈등 요인을 줄이고 통합심의·용적률 인센티브 혜택은 적용되기 때문에 사업 효율성을 키울 수 있단 설명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민제안형 모아타운 1호’인 관악구 신림동 655-78일대는 주민제안에 대한 전문가 자문 등을 거친 뒤 5개월 만인 지난 9월 모아타운 관리계획 수립이 완료됐고, 서울시의 소규모주택정비 통합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시는 지난 7월 자치구 공모 접수를 조기 종료하고, 이달 13일 개최한 제7차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위원회를 끝으로 자치구 공모 방식으로 접수 받은 대상지 선정을 끝냈다. 마지막 자치구 공모로 선정된 곳은 △구로구 개봉동 20 △강서구 화곡동 98-88 △강북구 수유동 141 △강북구 번동 469 △강북구 수유동 31-10 5곳이다. 선정된 5곳은 모아타운 관리계획 수립 용역비(전체용역비의 70%)를 자치구에 교부하고 관리계획 수립이 완료되면 모아타운으로 지정한다. 용도지역 상향 등 완화 혜택을 받아 개별 모아주택 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모아타운은 소유주가 많고 사업성이 떨어져 대규모 재개발이 힘든 10만㎡ 이내의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주택 정비 사업이다. 모아타운으로 선정되면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관리처분인가 등 일부 인허가 절차를 통합 심의해 사업 기간을 4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자치구 공모 방식은 토지등소유자 수의 30% 동의만 받으면, 관할 자치구에서 모아타운 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개발 찬반 의견 대립이 심각한 지역의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시는 지난 7월 모아타운 사업 추진 방식을 자치구 공모에서 주민제안 방식으로 전환했다. 모아타운 추진을 원하는 지역은 토지등소유자의 60% 및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주민 동의율을 확보해 모아타운 주민제안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변경 내용의 핵심이다.
사업 추진 초기부터 주민동의율을 높여 갈등 발생 확률을 줄이긴 했지만, 재개발 사업 특성상 주민 갈등이 없을 수는 없기에 △갈등 코디네이터 파견 및 모니터링 강화 △세입자 갈등조정 협의체 운영기준 마련 등 행정적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또 자치구가 주민제안방식 사업지에 자문할 때는 외지인이 신축 다세대를 사들여 사업을 추진해 갈등을 일으키는 등의 사례를 막기 위해 세부 기준도 정했다. △동의자 중 노후·불량 건축물 소유자 비율이 3분의 2 미만 △2022년 이후 매입한 건축물 소유자 동의율이 30% 이상 △반대가 25% 이상이거나 토지 면적 3분의 1 이상에서 반대 △부동산 이상 거래 중 하나에 해당할 경우 추진을 불허하기로 했다. 분기별로 지분 쪼개기 등 투기도 전수조사 한다.
일각에서는 주민동의율이 높은 곳만 모아타운을 진행할 수 있게 허들이 높아졌단 지적도 나오지만, 시는 모아타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조합 설립 시 필요한 주민동의율이 80%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 설명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아타운 허들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어차피 조합 설립 시 80%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현성은 주민제안 방식이 더 높은 것”이라면서 “통합심의나 모아타운 인센티브 등은 동일하기 때문에 (주민제안방식으로 추진한 곳은) 관리계획수립까지도 몇 개월 걸리지 않는 사업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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