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인디라 간디와 시크교 '키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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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시크(Sikh)교도 고교생이 시비 끝에 휴대하고 있던 단검 '키르판(kirpan)'으로 다른 학생을 찌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세례를 받은 시크교도에게 키르판은 영적 자유의 상징으로 늘 지녀야 하는 종교적 성물이어서 주 교육당국이 종교적 자유를 취지로 등교 시에도 휴대를 허용한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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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시크(Sikh)교도 고교생이 시비 끝에 휴대하고 있던 단검 ‘키르판(kirpan)’으로 다른 학생을 찌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세례를 받은 시크교도에게 키르판은 영적 자유의 상징으로 늘 지녀야 하는 종교적 성물이어서 주 교육당국이 종교적 자유를 취지로 등교 시에도 휴대를 허용한 물건이었다. 가해자는 당연히 기소됐지만, 학부모들은 키르판 허용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고, 시크교도 학생에 대한 따돌림 등 집단 괴롭힘도 악화했다. 일부 공립학교는 키르판 휴대 금지 조치를 내렸고 시크교 공동체는 당연히 그 조치에 반발했다. 호주의 시크교도는 전체 인구의 약 0.8%를 점한다(2021년 기준 약 21만 명).
주 교육당국은 석 달 뒤 키르판의 칼날 길이를 제한하고 등교 시 옷 안에 감춰둬야 한다는 등 새로운 지침과 함께 허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예외적인 일탈이 종교 자유와 관용의 가치를 부정할 만한 명분이 될 수 없다는 거였다. 당국의 방침을 못마땅하게 여긴 이들도 있었지만 갈등은 그렇게 봉합됐다.
시크교는 15세기 초 힌두교 개혁을 표방한 인도 펀자브 지역의 하급 카스트 출신 구루 나나크(1469~1639)에 의해 창시됐다. 그는 인도 전역을 순례하며 모든 종교의 모든 신은 동일한 하나이며 만인도 더불어 평등하다는 핵심 교리를 설파했다. 우상숭배와 자학적 고행, 과도한 의례와 카스트제도를 부정했다. 시크교는 힌두교와 인도 세속권력의 박해에 저항하며, 식민지 시절 영국에 맞서 독립전쟁을 치렀고 독립 후 인도 정부와 불화했다.
1984년 6월, 인도 첫 여성 총리인 인디라 간디(1917. 11. 19~1984. 10. 31)는 시크교 분리독립 움직임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시크교 최대 성지인 펀자브 황금사원에 대한 포위 공격(블루스타 작전)을 감행, 어린이를 포함 수백(시크교 주장에 따르면 수천)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계속)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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