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으로… 11세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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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각자의 의지와 선택으로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때론 부모의 한마디가 자녀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소설가인 부모는 더 할 말이 풍성하고 다양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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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손홍규(49·사진)는 그런 마음으로 연작소설 ‘너를 기억하는 풍경’(문학과지성사)을 썼다고 했다. 17일 수화기 너머의 그는 “11세 딸에게 아빠 어릴 때 얘길 들려주고 싶었다”며 “살면서 처음 진정한 슬픔을 알게 됐을 때, 그게 좌절이 아니라 다시 이 세상을 품는 새로운 의지가 생기는 순간일 수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은 1980년대 기찻길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위아래 마을에서 나고 자란 다섯 아이의 성장담을 그린다.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사이 다섯 아이는 저마다 생애 첫 어둠을 지나며 성장한다.
소설 ‘기찻길을 달리는 자전거’의 수는 익숙한 존재들과 생애 첫 이별을 겪는다. 친형처럼 의지하던 이웃집 형이 아랫마을로 이사 간 후엔 휑뎅그렁한 빈집 쪽마루에 앉아 형의 자취를 눈에 담는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를 땐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허둥댄다. 할머니 품속에서 코끝에 연신 손가락을 대보거나 가슴에 귀를 대보는 식이다. 다른 소설 ‘어느 날 대숲에서’의 준은 연탄공장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처음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과 죄책감 사이를 오가며 슬픔이란 감정을 인지하게 된다.
손 작가는 “명절에 부모님 댁에 갈 때 아이에게 ‘아빠 어릴 땐 어땠다’ 이런 얘길 자주 한다. 하지만 대화를 한다고 해서 모든 걸 다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 못다 한 이야기는 소설을 통해 나누고 싶었다. 나중에 딸아이가 ‘그때 아빠가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가 이런 거였구나’ 할 수 있도록”이라고 말했다. 표지 그림도 2년 전 딸이 그린 작품이다. 해 질 무렵 노을을 배경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막걸리 한 모금에 얼굴이 벌게진 걸 두고는 “붉은 물감을 적신 커다란 붓이 쓸고 지나간 것처럼”이라고, 기관차 불빛을 두고는 “댓살처럼 잘게 쪼개진 빛”이라고 묘사한다. 여기에 확독(돌로 만든 절구), 함석지붕, 연탄난로 같은 토속적인 단어들이 읽는 맛을 더한다.
소설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어른을 향한 소설이기도 하다. 숨 가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손 작가는 “어른 독자들에겐 그간 거쳐온 산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고, 그것을 아이들 세대와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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