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법 살인” 與 “판사 악마화”… 위증교사 1심 앞 충돌

안규영 기자 2024. 11.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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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김건희 특검 거론 “법질서 지켜야”
한동훈 “사법방해, 중형 받겠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판결 이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살인”(박찬대 원내대표) “사람을 죽이겠다고 생각해야 가능한 판결”(김민석 최고위원) 등 재판부를 향한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검사 악마화에 이은 판사 악마화”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 등 자칫 남은 재판과 여론전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최악의 판결”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조작 기소를 받아쓴 허술한 법리를 누가 감정이 아닌 합리라고 하겠나”라며 “오죽하면 서울 법대 나온 판사가 맞냐고들 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재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대신 ‘김건희 특검법’을 거론하며 검찰과 대통령실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검찰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훼손되는 법 질서를 지켜내는 게 당연하다”며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 나라는 대통령 혼자의 것이 아니다”고 했다.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이 대부분 이 대표 판결에 대한 반발로 채워진 가운데 당내에서도 자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일부 당원들이 판사 비난 등 좀 과한 말들(을 하는데) 좀 부적절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달 25일 열리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1심 선고를 앞두고 “명백한 무죄”라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위증교사 선고를 앞두고 더 극단적으로 몰려다니면서 판사 겁박이라는 사법 방해를 하는 것은 중형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野최고위 “서울법대 나온 판사 맞나” 판결 성토… 당내 “역풍 우려”

‘李 변호의 장’ 된 지도부 회의
“정치 판결” “피고인에 편견”
공개발언 64%가 재판부 비판
당차원 변호사 선임 두곤 논란도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현희 최고위원(가운데)이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 1심 법원 법리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프레젠테이션(PPT)을 화면에 띄워 놓은 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화면을 바라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는 검찰의 조작 수사를 그대로 인정한, 유죄 결론을 내리고 짜맞춘 ‘사법 살인’ ‘정치 판결’이다.”(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오죽하면 (이 대표에게 선고를 내린 한성진 부장판사가) 서울 법대를 나온 게 맞냐고들 하겠나.”(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1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사흘 전 선고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판결에 대한 성토와 변호의 장을 방불케 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 대표 선거법 위반 1심 법원 법리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프레젠테이션(PPT)을 띄워 10분간 법원의 유죄 판단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관련 뉴스 영상을 틀고 “(법원이 허위 발언이라고 본) 이 대표의 백현동 관련 발언은 ‘팩트’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고위원들의 공개 발언 1만282자 중 63.7%에 해당하는 6552자 분량이 이 대표 재판에 대한 비판이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여론 반전에도 나섰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이 나라 주권자의 뜻에 따라 김건희 특검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북 전단을 방치하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 사유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 “민주 최고위, 李 변호의 장 방불”

이날 최고위 밖에서도 이 대표 재판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균택 의원은 “피고인에 대한 안 좋은 감정, 편견을 갖지 않는 한 (1심 재판부가)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고, 박성준 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재판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25일 위증교사 1심에서도 최악의 경우가 나올 경우 플랜 B를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럴 필요 없다”며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재판에 제대로 대응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재판부에 대한 공격이 지나쳐 사법 불복으로 비치면 이 대표의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등 향후 재판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가 재판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 대표 2심을 앞두고 당 차원에서 변호사 선임 등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법률 위반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는 내부 지적도 나왔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당시 당의 대선 후보 신분이었고, 유죄 확정 시 당에 미치는 영향도 있어서 지원을 검토했지만, 법률상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알아봐야 한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민주당이 법률 검토를 요청하면 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 李, 재판 언급 없이 “김건희 특검법 실현”

민주당은 재판 반발과 함께 정권 규탄 수위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엉터리 판결 이후 김건희 여사와 윤 대통령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유력한 야당 후보를 제거하면 자신들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면 어리석고 순진한 발상”이라며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송순호 최고위원은 “하야는 (윤 대통령) 본인과 부인,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결단”이라며 “하야가 안 된다면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1심 선고를 앞두고 23일 4차 주말 장외 집회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할 예정이다. 19일부터 27일까지는 현역 의원들의 1인 시위 등 다양한 형태의 비상행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동안 국회 안에서 하던 규탄 집회를 용산 대통령실 앞 등에서 벌이는 것.

다만 당내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로 김건희 특검법 등 당 주력 법안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수현 의원은 “(특검법) 재표결에서 가결 가능성을 예상했는데, 이 대표 판결 이후 각 진영이 강하게 결집하면서 다른 변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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