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비수기의 단비 ‘블랙프라이데이’… 새 쇼핑 시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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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기조 속 소비 심리 침체로 부진을 겪고 있던 기업들이 미국 쇼핑 축제인 '블랙프라이데이'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석 명절(9∼10월)과 크리스마스 시즌(12월) 사이에 끼어 있는 11월은 한국 시장에선 전통적인 비수기"라며 "때마침 11월에 시작하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이 시기를 메울 좋은 소재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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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재고 털고, 고객은 싼값에 구매
쓱데이 매출 2조 넘겨… 사상 최대
“쇼핑의 달 기다리는 사람들 늘어”
● 11월 대대적 할인행사 봇물
패션기업 LF는 18일 온라인 쇼핑몰 LF몰에서 22일까지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닥스, 헤지스 등 LF 자체 브랜드와 입점 브랜드 상품 100만여 개를 할인 판매한다. 쿠팡은 29일까지 식품 1000여 개를 최대 51% 할인 판매하는 ‘푸드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한다. 가공·즉석식품, 커피·음료 등 식품 카테고리를 총망라해 할인에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헬스케어 전문기업 현대바이오랜드도 ‘솔가 블랙프라이데이’를 마련했다. 이달 30일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 전국 25개 백화점 매장에서 밀크시슬·비타민·마그네슘 등 인기 영양제 상품을 50% 할인 판매한다. 이 외에 라이프스타일 애플리케이션(앱) ‘오늘의집’, 생활용품 브랜드 ‘깨끗한나라’ 등이 블랙프라이데이를 앞세워 할인행사를 연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이튿날 시작하는 대규모 할인행사다. 북미 지역에선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소비가 이뤄지는 시즌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할인 경쟁을 펼쳐 1년 동안 쌓인 재고를 털어낼 수 있고 소비자로서는 점찍어 둔 상품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 비수기 메운 새로운 쇼핑시즌
한국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아마존 등을 통해 해외직구를 하던 소비자들이 이 시기에 주목하면서 알음알음 알려졌다. 이후 일부 기업이 블랙프라이데이 명목으로 11월 할인행사를 진행하기 시작한 뒤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석 명절(9∼10월)과 크리스마스 시즌(12월) 사이에 끼어 있는 11월은 한국 시장에선 전통적인 비수기”라며 “때마침 11월에 시작하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이 시기를 메울 좋은 소재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말부터 시작되는 연말 행사지만, 국내에서는 시기를 2∼3주 앞당겨 11월 초중순부터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소비 침체가 극심했던 만큼 유통업계는 더욱 본격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를 띄우고 나섰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준비했다.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 수는 6100여 개, 상품 수는 5만7000여 개로 각각 전년 대비 3배, 30% 늘었다. 실제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신세계그룹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일종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인 ‘2024 쓱데이’도 매출이 작년보다 20% 증가해 2조 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쇼핑의 달’로 자리매김해 이 시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한국에서 시작된 건 아니지만 소비재업체나 유통기업으로선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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