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이용자 잡기 위한 글로벌 OTT의 장기 레이스
[유건식의 미디어 이슈]
[미디어오늘 유건식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
요즘 젊은 세대에게 마라톤이 매우 인기라고 한다. 젊은 시절 충분한 준비 없이 하프 마라톤을 두 번 뛰었는데 모두 15km 정도에서 무릎이 아파서 고생한 적이 있다. 20년이 지난 시점에 친구의 하프 마라톤 러닝메이트로 뛰기 시작하여 이번 주말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한다. 새롭게 마라톤을 하면서 달리는 올바른 자세를 배우고 조금씩 꾸준히 거리를 늘리는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OTT 시장도 마라톤처럼 시청자를 지속적으로 사로잡는 서비스만이 살아남는 장기 레이스다.
디즈니를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OTT 서비스가 2024년 3분기(디즈니의 경우 회계연도는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가입자 3억 명, 분기 매출 최대… 파죽지세 넷플릭스(10월19일)). 대부분의 OTT 서비스 실적은 2023년보다 양호하다.
글로벌 가입자 수가 모두 증가하였다. 맥스(MAX)가 720만 명으로 가장 많고, 디즈니 DTC(디즈니+, 훌루, ESPN+ 포함) 640만 명(디즈니+만은 440만 명), 넷플릭스 510만 명 순으로 3분기에는 MAX와 디즈니가 선전했다. 2024년 9개월 동안으로 확장해서 보면, 넷플릭스 증가자가 2240만 명으로 가장 많고, MAX가 1280만 명, 디즈니 DTC가 1170만 명(디즈니+만은 1140만 명)이다. 피콕과 파라마운트+도 규모는 적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입자 수 전체로 보면 넷플릭스와 대적할 수 있는 OTT는 디즈니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MAX의 성장세도 무섭다. MAX는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와 제휴하여 미국, 브라질, 멕시코,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넷플릭스로 시작한 비밀번호 공유를 디즈니+에 이어 금지할 예정이며, 이번 달에 홍콩과 대만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6년에는 독일에서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지난 3분기 동안 모든 OTT의 매출이 전년도 동기보다 증가하였다. 영업이익도 증가하거나 적자 규모가 감소하였다. 특히, 디즈니 DTC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 4.2억 달러의 영업 손실에서 2.5억 달러의 영업이익으로 전환하였고, 파라마운트+는 2.4억 달러의 영업손실에서 0.5억 달러의 영업이익으로 전환되었다. 그만큼 수익성 중시 전략이 유효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2024년 9개월 동안으로 확장해서 보면, 넷플릭스의 2024년 9월까지 매출은 287.5억 달러로 2023년에 비해 성장률이 높다. 디즈니+는 178억 달러로 전년보다 꽤 증가했지만, 넷플릭스보다는 100억 달러 정도 적은 규모이다. 영업이익도 넷플릭스는 81.5억 달러로 벌써 2023년 연간 69.5억 달러보다 많다. 디즈니+는 올해 처음으로 3.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MAX는 2023년 1억 달러의 영업이익 흑자에서 올해에는 2.7억 달러로 증가하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보더라도 넷플릭스의 적수는 디즈니+이다.
점차 OTT에서 광고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 광고형을 출시한 지 2년 만에 월 이용자가 7천만 명으로 증가하였고, 광고형이 가능한 12개국에서 신규 가입자의 50% 이상이 광고형을 신청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넷플릭스의 광고는 크리스마스에 예정된 NFL 경기의 게임 내 광고 인벤토리가 모두 매진되었다.
한국에서 넷플릭스는 기아와 국내 최초로 단일 타이틀 스폰서십을 체결하여 맞춤형 광고도 제작하고 성수동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 체험형 팝업 쇼룸도 운영하고 있다. 디즈니+도 이번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가입자의 30%가 광고형을 선택하였고, 디즈니+ 신규 가입자의 약 60%가 광고형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OTT 서비스들이 배달 앱과 제휴를 맺고 광고형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디즈니는 크로거(Kroger)와 제휴를 맺고 크로거 플러스 멤버에게 광고형 디즈니+, 훌루, 또는 ESPN+를 제공한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도 식료품과 음료 배달 서비스 도어대시(DoorDash)와 제휴하여 MAX 광고형을 무료로 제공하고, NBC유니버설도 인스타카트(Instacart)와 제휴하여 인스타카트+ 멤버들에게 피콕을 제공한다. 파라마운트+는 월마트와 제휴하고 있다.
이는 OTT 서비스가 가입자를 유지하려는 측면과 제휴 기업의 이용자 정보를 확보하여 맞춤형 광고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기본 플랫폼에 광고를 추가하여 시청자가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광고를 보지 않거나(옵트아웃)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연간 최대 5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OTT 시장에서는 구독료의 부담 때문에 구독 해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안테나(Antenna)에 따르면 OTT를 해지한 이용자의 1/3이 6개월 이내에 재가입하는 유형이 생겼는데, 이를 '연속 일시정지자(Serial pausers)'라고 불렀다. 특히 라이브 스포츠가 많은 파라마운트+와 블록버스터에 의존하는 MAX에게 주로 적용이 된다. 앱이코노미인사이트의 표현대로 OTT 시장은 '스트리밍의 충성 경쟁(Loyalty Battle)'이 한창이다. 국내에서도 동일한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은 한쪽으로 쏠리면 소비자 복지가 감소한다. 넷플릭스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토종 OTT의 선전으로 조금이나마 회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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