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과 '영웅' 15주년

박동우 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2024. 11. 1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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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을미년 10월8일, 주한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의 지휘 아래 일본군 수비대와 낭인들이 경복궁에 난입하여 왕비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시작이다.

1895년 을미왜변의 그날, 명성황후의 최후를 지켜 본 어린 궁녀(가상의 인물) 설희가 있었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중근은 관동대법원 재판정에서 이토를 살해한 이유를 묻는 판사에게 그 첫 번째 이유로 '대한의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를 들며 누가 죄인인가를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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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우(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1895년 을미년 10월8일, 주한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의 지휘 아래 일본군 수비대와 낭인들이 경복궁에 난입하여 왕비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 을미왜변이다. 이 천인공노할 만행은 서울주재 각국 외교관들을 통해 본국에 알려졌고 세계는 일본의 야만적 행위를 비난했다. 궁지에 몰린 일본정부는 미우라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을 히로시마 형무소에 수감하고 재판에 회부했으나 관련자들은 증거불충분으로 전원 무죄판결, 석방됐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95년 12월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히로시마 상공에 피어오르는 거대한 버섯구름 속에서 숫자가 나타난다. 1945, 1944, 1943, ……1896. 숫자가 멈추자 히로시마 지방법원에 출두한 주범 미우라와 공범들이 일왕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노래를 부르고 재판부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판결한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시작이다.

1895년 을미왜변의 그날, 명성황후의 최후를 지켜 본 어린 궁녀(가상의 인물) 설희가 있었다. 한시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하던 그녀는 성장하여 고종황제가 비밀리에 조직한 첩보기관 제국익문사에 들어가 일본으로 파견되고, 현지에서 고급 정보를 캐내 블라디보스톡의 독립운동가 최재형과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에게 전달한다. 안중근은 조도선, 우덕순, 유동하와 함께 치밀하게 준비하여 1909년 10월26일 아침, 하얼빈역에 내리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09년 10월26일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 무대는 만주 하얼빈역, 굉음과 함께 열차가 달려들어와 증기를 내뿜으며 서서히 멈추자 이토 히로부미가 손을 흔들며 열차에서 내린다. 일장기를 흔들며 열렬히 환영하는 군중들 사이에서 안중근이 나타나 이토의 가슴에 총탄을 박는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중근은 관동대법원 재판정에서 이토를 살해한 이유를 묻는 판사에게 그 첫 번째 이유로 '대한의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를 들며 누가 죄인인가를 되묻는다. 뮤지컬 '영웅'의 시작이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초연 이후 즉시 브로드웨이 공연을 준비했다. 당시 보통의 미국인들은 코리아라는 나라를 몰랐고 안다 해도 김정일을 떠올릴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공연 비디오를 보여주며 극장장을 설득하고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렸다. 1997년 8월15일 링컨센터 뉴욕주립극장, 현지인들 사이에서 숨죽여 첫 공연을 지켜보던 우리는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80퍼센트가 순수 외국인인 그들이 전원 기립하여 박수를 치며 탄성을 질렀다. 내 옆 관객은 "어나더 메이저!"(Another major! : 또 하나의 메이저)라고 외쳤다.

'진정한 화려함이 관객들을 어떻게 만족시켜 줄 수 있는가를 일깨워 주었다.'(뉴욕타임즈)
'눈이 튀어나올 만한 메가뮤지컬의 시대에, 그에 걸맞는 모든 것을 갖춘 공연 하나가 방금 막을 올렸다.'(USA 투데이)
'스펙터클의 창작자들로서 이 한국인들은 우리에게 한-두 수 가르쳐주고 있다.'(더 스테이지)

명성황후의 역사적 평가에 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 평가의 대부분은 왕비 살해범 중 한 명인 기쿠치 겐조가 이토 히로부미의 명을 받아 쓴 '대원군전 부 왕비의 일생'(1910)을 근거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조선총독부는 전국에서 20만권의 역사서를 강탈하여 입맛에 맞는 서적들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없애버렸고 일본인 어용학자들을 동원하여 '고종실록'(1935)과 '순종실록'(1935), '조선사'(1938)를 만들었다.

에이콤 제작팀은 금년 '영웅' 15주년 공연을 마친 후 '명성황후' 30주년 공연을 앞두고 있다. 대구(12월10일~15일)와 부산(12월20일~29일)을 거쳐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2025년 1월 21일부터 공연할 예정이다. 또한 항일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칼의 노래'도 준비하고 있다.

박동우 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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