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빅테크 ‘인터넷망 공짜 사용’ 끝내나

변희원 기자 2024. 11. 1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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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무임승차’ 논의 급물살 예고

지난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망(網) 사용료’를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망 사용료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인터넷망을 이용한 대가로 통신사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글이나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등을 이유로 비용 지불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18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지명된 브렌던 카는 이 같은 빅테크들의 행태를 ‘네트워크 무임승차’라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통신사 관계자는 “만약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빅테크가 미국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는 사례가 등장한다면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 통신사들이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빅테크에 망 사용료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빅테크의 무임승차 종식”

그동안 국내 통신 사업자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영화·동영상·검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를 상대로 망 사용료 지급을 요구해 왔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용량이 큰 콘텐츠를 보내는데, 이용자들이 불편 없이 이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통신 사업자들이 그만큼 인터넷을 더 많이 깔아야 한다. 그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통신사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내고 있다.

미국의 새 FCC 위원장으로 지명된 브렌던 카는 초고속 네트워크에서 엄청난 이익을 얻은 빅테크가 이에 걸맞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그는 2021년 ‘빅테크의 무임승차 종식’이라는 제목의 언론 기고문에서 “우리는 빅테크가 공정한 몫을 지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빅테크는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구축하는 데 필요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내지 않고 인터넷 인프라를 무임승차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 위원장 내정자는 빅테크로 하여금 어떤 방식으로든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망 사용료 지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구글, 이번에는 망 사용료 낼까

망 사용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망 사용료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해외 해저케이블이나 캐시 서버 같은 망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캐시 서버는 한국과 거리가 먼 업체가 콘텐츠를 미리 한국에 있는 가상 서버에 저장해 놓고 사용자에게 보내는 방식이다. 직접 돈을 들여 설치한 캐시 서버나 해저케이블을 통해 한국에 콘텐츠를 전송하고 있다는 게 구글의 주장이다. 이런 투자로 콘텐츠 전송을 원활히 만들고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기 때문에 이미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통신사 관계자는 “구글의 캐시 서버는 마치 해외 유통업체가 배송 시간을 아끼려고 한국에 창고를 두고 많이 팔리는 물건을 가져다 놓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가 창고에 있는 상품을 소비자에게 보낼 때 국내 택배사에 운임을 지불하는데, 국내 택배사에 해당하는 역할이 바로 국내 통신 사업자다.

22대 국회에도 망 사용료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들(망 이용 계약 공정화법,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발의됐다. 모두 입법을 통해 대형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정당한 망 대가를 지불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국내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구글은 국내 통신사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막대한 돈을 벌어가면서 대가를 하나도 안 내고 있다”며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국내 업체들에 대한 역차별이다”라고 했다.

이런 논란 때문에 일부 빅테크들은 국내외에서 망 사용료에 준하는 금액을 ‘기여금’ 형태로 통신사에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경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때문에 법정까지 갔다가 합의를 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액 일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망 중립성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망 이용료와 트래픽 양 등을 이유로 처리 속도와 접근성에 차이를 둬서는 안 된다는 의미. 망 이용료를 많이 낸다고 해서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트래픽이 많다고 인터넷 속도를 느리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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