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비 부족 부천 화재 사망 7명, 대비한 안산 화재 사망 0명
17일 새벽 경기 안산시 6층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났지만 52명 전원이 구조됐다. 건물 5·6층에 있는 숙박업소에 화재 당시 수십 명이 투숙해 있었는데도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 소방대원들이 창문을 다 깨고 열기와 연기를 빼면서 신속하게 진입해 투숙객들을 구조했다고 한다. 특히 소방대원들이 건물 외부에 설치한 에어매트로 5층에서 뛰어내린 2명도 무사히 구조됐다.
반면 지난 8월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때는 투숙객 7명이 숨졌다.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발생한 불은 건물 전체로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가 내부에 퍼지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숨진 7명 중 5명이 질식사였다. 나머지 2명은 8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다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숨지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이런 차이가 난 데는 두 사고의 화재 발생 지점이 달랐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호텔 객실에서 불이 난 부천 화재와 달리 안산 화재는 건물 1층 음식점에서 먼저 불이 나 투숙객 구조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있었다. 눈에 띄는 차이는 에어매트 구조 과정이다. 에어매트는 소방대원들이 네 귀퉁이를 잡은 상태에서 신호를 보낸 뒤 낙하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부천 화재 때는 에어매트 주변에 소방대원이 없었다. 그 상황에서 여성이 에어매트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이어 몇 초 뒤 남성이 뛰어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 안산 화재 때는 소방대원들이 밑에서 “한 분씩 최대한 멀리 뛰어내려야 한다”고 큰 소리로 안내한 뒤 투숙객들이 뛰어내렸다. 실제 안산소방서는 부천 화재 이후 에어매트 전개 훈련을 강화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하던 것을 2~3주에 한 번씩 했고, 고층에서 마네킹을 떨어뜨리는 훈련도 했다. 미리 대비하고 훈련한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화재 초기 대응, 진압, 대피 등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이뤄지면 대형 참사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기본을 지키고 대비하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안산 화재가 그것을 실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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