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⑦ 삼척 준경묘 미인송

최동열 2024. 11. 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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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초례상을 차리고 혼례를 올렸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호사를 누린 소나무가 실제 존재한다.

이 나무의 노화가 심화하자 걱정하던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소나무의 종자 보존을 위해 엄격한 심사와 연구를 거쳐 국내에서 형질이 가장 우수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찾았는데, 이곳 준경묘의 미인송이 '신부'로 선택을 받아 혼례를 올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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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택받은 소나무 ‘세기의 혼례’
▲준경묘 미인송

소나무가 초례상을 차리고 혼례를 올렸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호사를 누린 소나무가 실제 존재한다.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 준경묘역에 있는 ‘미인송’.

준경묘(濬慶墓)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양무장군(陽茂將軍)의 묘소다. 태조의 4대조인 목조 이안사가 이곳에 선친(양무장군)을 안장함으로써 후일 조선을 건국하게 됐다는 ‘백우금관(百牛金棺)’의 전설이 전하는 곳이다. 500년 조선 왕조 창업 스토리를 품고 있는 천하의 길지로 통한다.

묘역 주변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즐비하다. 120만 평, 드넓은 산림 전체가 명품 소나무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이곳에 ‘미인송’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는 소나무가 있다. 묘역 입구 산비탈에 있는 이 특별한 소나무는 지난 2001년 5월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 103호)과 혼례를 올렸다. 정이품 벼슬을 가진 소나무를 배필로 뒀으니 조선시대 품계에 따르면 ‘정부인 송(松)’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속리산 법주사 인근에 있는 정이품송이 어떤 나무인가. 조선 세조 대왕이 속리산으로 행차할 때 늘어진 가지가 들려서 왕이 탄 어가(御駕)를 지나가게 함으로써 정이품 벼슬을 하사받았다고 하는 명품 중의 명품 소나무이다. 수령이 600년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나무의 노화가 심화하자 걱정하던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소나무의 종자 보존을 위해 엄격한 심사와 연구를 거쳐 국내에서 형질이 가장 우수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찾았는데, 이곳 준경묘의 미인송이 ‘신부’로 선택을 받아 혼례를 올리게 된 것이다. 이른바 ‘간택 받은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미인송은 혼례 당시 수령이 95년, 둘레가 2.1m, 높이가 32m에 달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하늘로 치솟은 자태가 압권이다.

2001년 5월 8일 정이품송과 준경묘 미인송 간에 세계 최초로 이뤄진 소나무 혼례는 당시 신순우 산림청장이 주례를 맡아 준경묘에서 전통 방식으로 치러졌다. 신랑 측(정이품송) 혼주는 당시 김종철 보은군수, 신부 측(미인송) 혼주는 당시 김일동 삼척시장이 각각 맡았다. 이날 혼례는 정이품송의 화분을 미인송에 뿌려주는 것으로 절정에 달했다. 거기서 발아한 후세목을 지금 기르고 있다고 하니 ‘로열 패밀리’ 2세송(松)의 등장이 기대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인송을 품은 준경묘역은 웅장한 산세의 삼척 두타산에서 뻗어 나온 양지바른 터에 자리 잡아 솔향을 즐기는 호젓한 산행 코스로도 그만이다.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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