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은 치솟는데, 국제 경쟁력은 후퇴'...씁쓸한 한국야구 현주소
2015년 프리미어12 1회 대회 우승, 2019년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에서도 슈퍼라운드(4강) 진출을 1차 목표로 삼고 나섰다. 하지만 ‘아시아 야구 삼국지’를 펼치는 대만과 일본에 패해 슈퍼라운드가 열리는 일본에 가보지도 못하고 대신 쓸쓸히 귀국하는 신세가 됐다.
‘5회도 버티지 못한 선발투수’…한국 야구 우울한 현주소
한국 야구가 고전한 가장 큰 이유는 선발 투수진의 부진이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선발투수 네 명을 준비했다. 이들 중 선발투수 책임 이닝인 5회를 버틴 이는 아무도 없었다.
슈퍼라운드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했던 대만과 첫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고영표(KT)는 홈런 두 방을 맞고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쿠바전 선발 곽빈(두산)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지친 기색을 드러내며 4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일본전 히든카드로 나선 좌완 최승용(두산)은 1⅔이닝 만에 2실점 하고 내려왔다. 도미니카공화국전 선발 임찬규(LG)도 3이닝 3실점에 그쳤다.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선발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류중일 감독이 선발로 기대했던 문동주(한화), 원태인(삼성),손주영(LG) 등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KBO리그에서 나름 날고 긴다는 정상급 투수들이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일본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3-6으로 패한 뒤 “선발 투수를 키워야 한다. 일본은 (누가 나오든) 삼진 잡을 수 있는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게 굉장히 부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좋은 투수가 많은 일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동안 한국보다 전력이 아래로 평가됐던 대만조차 막강한 투수력을 자랑했다.
이번 대표팀에 수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시즌 KBO리그 최고 스타로 떠오른 김도영(KIA)과 대표팀의 마무리로 자리매김한 박영현(KT)은 ‘국제용 선수’임을 확실히 증명했다. 처음으로 성인대표팀 태극마크를 단 투수 김서현(한화), 유영찬(LG) 등과 유격수 박성한(SSG) 등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래도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이 점점 후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부 핵심선수가 빠졌지만 대표선수 모두 KBO리그에서 각 팀 핵심 주전들이다. 그런 선수들이 일본은 물론 대만에도 밀리는 모습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리그 수준 자체를 높여야…우물 안 개구리 더는 안돼
대표 선수들의 실력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것은 어렵다. 리그 전체 수준을 높이지 않는 한 현재 일본이나 대만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서 140km 초중반 공을 보다가 국제대회에서 150km에 육박하는 공을 보면 당연히 적응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국내 선수들 기량을 갑자기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아마에서 배출되는 선수만으로 리그의 근본 체력을 끌어올리기 힘들다면 과감히 외부 수혈을 받아야 한다. 현재 3명 보유, 3명 출전인 외국인선수의 보유한도를 늘려 더 좋은 자원이 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외국인 보유한도에 제한이 없다. 대신 1군 엔트리에는 4명의 외국인선수를 등록할 수 있다. 비슷한 스타일의 고만고만한 경력을 갖춘 외국인선수가 모인 한국과 달리 다양한 스타일과 장점을 가진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다. KBO리그의 만성적인 선수 부족 문제와 치솟은 FA 몸값 논란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아시아쿼터 허용도 필요하다. 이제는 냉정하게 현실을 깨닫고 일본과 대만 야구를 배워야 한다. 일본, 대만의 실력있는 선수들이 KBO리그에 온다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장점을 빨아들이고, 특성도 파악할 수 있다. 국제대회에서의 생소함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표팀을 상시 소집해 운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류 감독은 “3월부터 11월까지 리그 진행 중에 선수를 소집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대표팀 소집 기회가 늘어나면 좋겠다”며 “올스타 브레이크에 모으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선수들을 모아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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