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93] 후회 없는 은퇴 전략 세우려면
우리 사회에서 태어난 사람의 숫자가 가장 많은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954만명이 올해 법정 은퇴 연령(60세)에 진입했다. 대규모 은퇴는 경제적 관점에서는 물론 심리적 측면에서도 글로벌 이슈다. 해외 유명 경영대 교수들이 연구를 기반으로 제안한 ‘후회 없는 은퇴’란 글을 접했다. 요약해 보면, 은퇴 후 ‘삶의 구조’와 ‘자아’ 간의 일치가 중요하다.
우선 삶의 구조를 담은 인생 지도를 그려보자. 현재 내 삶의 활동, 관계와 모임 등을 자연스럽게 그려본다. 다음은 내 자아를 설명하는 문구를 10개쯤 적는 것이다. ‘좋은 할아버지가 될 거야’가 예가 될 수 있다. 독서광 같은 정체성, 부모로서의 역할, 친구 관계, 신체적 활동, 봉사 같은 삶의 가치 등을 포함해 적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중 3개 정도 중요한 문구를 선택한 후 앞에 그린 인생 지도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불일치가 일어나는 부분에 구체적인 개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도를 다시 그려보고 행동에 옮기자는 것이다. 뻔한 내용 같지만 나에 대한 이해가 막연한 경우가 많기에 한번 해 볼 가치가 있다.
직장 생활을 잘 마쳤다고 은퇴 증후군이 없지 않다. 오히려 공허와 우울 등의 감정 반응이 더 크게 찾아올 수 있다. ‘일의 이중성’이다. 일을 할 때는 항상 일이 주는 심리적 유익 이상의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그래서 일이 주는 정체성 측면의 가치가 잘 느껴지지 않고, 경제적 능력만 있으면 일을 빨리 그만두고 싶다. 그런데 막상 일이 사라지면 약간 편했다가 시간 간격을 두고 공허가 밀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생 이모작이란 말이 있듯이 인생 후반부에도 경제적 보상은 없더라도 봉사, 종교, 취미 등 일로 느껴지는 활동이 있는 사람이 심리적으로도 건강하고 더 장수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서 은퇴 전에 나는 어떤 것에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지, 내 자아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 내용이 현실적으로 삶의 구조에 반영될 수 있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좋은 할아버지’는 좋은 키워드이지만 자주 자녀 집에 가는 것이 실행 계획이라면 실제로 적용할 때 며느리나 사위가 불편해할 수도 있다. 또한 멀리 이사라도 가면 물리적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떻게 실행할지 현실적인 계획을 삶의 구조에 담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화하기 어렵다면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는 것도 필요하다.
인생 전반부에 소소한 것이라도 여러 취미와 활동을 시도하는 것은 현재의 인생을 풍성하게 만든다. 또한 자연스럽게 다가올 인생 후반부에 그 활동이 새로운 정체성의 에너지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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