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68] 아날로그 민주주의의 미래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민주주의’라는 대담한 실험이 시도된다. 왜 민주주의가 ‘대담한’ 실험이었다는 걸까?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를 따르지만, 동시에 다른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서만 생존이 가능한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서로 역설적인 두 가지 본능을 가진 인간에게 민주주의는 너무나도 어려운 방식이라는 말이다.
소수의 친척들로만 구성된 원시시대 공동체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됐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과 협업할수록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류는 치명적인 문제를 하나 발견한다. 모두의 노력을 통해 얻은 공동체의 혜택은 어떻게 나눠야 할까?
신석기시대 농사와 정착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도들이 시작된다. 가장 힘센 자가 모든 결정을 독점하는 방식, 힘센 여러 명의 공동 정권, 신의 선택을 받은 자의 지배…. 결과적으로 모두 극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만은 달랐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결정을 통해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자는 놀라울 방식이었다.
물론 문제도 많았다. 여성과 노예는 투표할 수 없었고, 비효율적이었다. 51%의 ‘다수’가 49% ‘소수’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불편한 선택보다는 당장 편한 선택만을 추구하는 포퓰리즘이 판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18세기 다시 시도된 계몽주의적 민주주의.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세계화 때문일까? 아니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라는 디지털 혁명 때문일까? 대한민국을 포함한 대부분 선진국들의 공동체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계몽주의적 민주주의는 오늘날 치명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18세기 아날로그 시대 문제 해결을 위해 재시동된 민주주의가 다가올 22세기에도 여전히 가장 뛰어난 공동체 운영체제일까? 생성형 인공지능과 ‘우주대항해시대’가 빠르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오늘날 아날로그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 역시 반드시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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