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전재성]美 방위비 압박 돌파할 ‘증거 기반 외교’ 준비됐나
한국, 정확한 실상 알리는 외교전략 펴야
美국민-지역의원들과의 공감대 필수적
혹자는 트럼프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이 고립주의가 될 것이라고 논한다. 미국이 일관된 고립주의 외교를 추진한다면 세계 질서에 주는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과거에 비해 전면적 지구적 개입을 추진하지 않고 선별적 개입을 추진할 가능성은 물론 높다. 경제적 민족주의가 외교안보 고립주의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미국이 지구적 리더십 자체를 포기하고 보통 강대국이 될 때 패권국으로 누려온 구조적 이익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은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통해 경제적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가 국제무역과 금융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아 미국은 막대한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미국의 경제적 지위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군사 부문에서 미국은 지구적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핵무기의 독점을 통해 확장억제 전략을 유지해 왔다. 동맹국들의 안보 의존을 유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캠페인 구상으로 향후 4년간 펼쳐질 미국의 새로운 패권 전략을 재구성해 본다면 어떠한 모습일까? 트럼프는 10%의 보편관세와 60%의 대중(對中)관세를 부과하고 12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법인세를 감면하겠다는 명확한 경제 전략을 제시했다. 이러한 전략이 4년간 일관되게 추진될지는 알 수 없다. 코로나 사태로 더욱 단명했던 트럼프 1기 정부의 경제 정책의 장기적 실효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보호무역주의와 이민 억제는 인플레이션, 노동력 부족, 금리 인상 등 부정적인 장기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고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예상된다.
외교안보 분야는 예측이 더욱 어렵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안보 전략의 슬로건은 구체적인 안보 정책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마감하고 중동에서 이스라엘 지원과 이란 봉쇄 등을 추진하고,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내세웠지만 자세한 청사진은 알기 어렵다. 동맹들의 방위비 분담금 추가 등 경제적 민족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안보 전략만 명확하다.
한국은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2기 정부의 지구적 리더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트럼프 정부의 외교 대전략에는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많지만 1기 경험을 바탕으로 명확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경계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트럼프 정부는 국내 유권자들의 경제적 요구에 충실하면서 대외 안보 상황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받아들여 대중국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바 있다. 한국은 트럼프의 명확한 전략에 미리 대비하면서, 불명확하거나 준비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밑그림을 제시하고 이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미국 유권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외교 전략의 한계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조 바이든 정부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부 역시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이는 미국 국민들의 요구와 한국의 국익 간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시기임을 의미한다.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와 각 지역 의원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셋째, 트럼프 당선인은 대중의 정서에 호소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선호하기 때문에 명확한 사실보다는 감정적 호소에 기반한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압박을 가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한국은 이에 대응해 증거 기반 외교와 지식 기반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한미 관계의 실상과 한국의 외교 정책을 국제사회에 정확하게 알리며 이를 토대로 대미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넷째, 미국은 향후 한국의 첨단기술 발전 전략, 대북 억제 전략, 그리고 미중 관계 속에서 국제질서 유지의 핵심 파트너이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으로서 안보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명확한 내러티브로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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