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물림되는 아동학대, 예방이 답이다
길가에 은행나무 이파리들이 노랗게 물들어가고, 노란 국화도 요즘 절정을 맞이했다. 언제부터인가 노란색 하면, 아이들을 떠올리게 된다. 노란색이 아이들을 상징하게 된 것은 1939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노란색 스쿨버스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노란색은 아동을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지정된 색이다. 이러한 교통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일이다.
매일 크고 작은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20분에 한 건씩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한 달에 서너 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한다. 부모 등 보호자에 의한 정신적 혹은 물리적 폭력은 아이의 뇌에 각인되어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인지, 정서, 신체적 발달 저하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신경증, 불안, 우울 등과 같은 심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자해, 약물남용, 비행 등 일탈행동의 원인이 된다.
폭력은 항상 악순환된다. 학대 피해를 경험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학대행위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를 ‘아동학대 대물림’이라고 한다. ‘생애주기별 학대 경험의 상호관계성 연구’에 따르면 학대행위자의 52.8%가 어린 시절 학대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동학대는 또 다른 폭력과 학대를 유발한다. 한 아이뿐만 아니라 그다음 세대까지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되기는 쉽지만 부모다운 부모가 되기는 어렵다. 아동학대를 저지른 사람들도 다른 사람의 아동학대에는 분노하기도 한다. 부모도 교육이 필요하다. 양육관과 양육 태도에 문제가 없는지 자기성찰도 필요하다. 보호자가 학대로 조사받게 되면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해서 체벌했다”고 변명하지만, 상대가 성인이면 행동이 거슬린다고 해서 쉽게 욕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못 참고 폭력을 행사했을 뿐이다.
특히 가정 내 학대는 은폐되기 쉽다. 오랫동안 지속적이고 심각하게 학대를 가한 경우만 발견될 확률이 높다. 가정은 다른 장소보다 학대의 지속 기간이 길고, 강도가 큰 경우가 많다. 학대행위자 중 부모 비중이 약 86%를 차지하고, 대부분의 학대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학대가 의심될 때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 누구든지 112로 신고하면, 아동을 학대로부터 구할 수 있다. 아동이 안전한 환경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도 필수적이다. 한국은 11월19일을 아동학대예방의날로 정하고 이날부터 일주일간을 ‘아동학대 예방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 5월부터 여러 아동복지단체들과 함께 ‘긍정양육 129원칙’을 보급하는 아동학대 예방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실천을 부탁드린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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