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아이들 미래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기자 2024. 11. 18. 21: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아이들의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의 4대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은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는 한국의 자연환경과 온화한 날씨다

외부 방해 요인과 내부 고민이 쌓여가겠지만 우리가 탄소중립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한다면 아직 우리에게 기회는 있을 것이다

지금 카스피해 연안 국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는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 변동으로 이번 총회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는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아무래도 올해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기후변화 피해가 발생했기에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2025년 이후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언제 얼마나 조성하고 누가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맞이할 미래 기후변화 영향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재원을 쌓아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재원은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미래세대, 즉 우리의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의 10세 아동은 1970년대 10세 아동에 비해 3배 이상의 홍수와 5배 이상의 가뭄, 그리고 36배 이상의 폭염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지금 태어난 아이가 10세가 되는 2030년 이후에는 이러한 경향성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아이들에게 더욱 혹독한 시련을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분명 지금의 아동이 경험 중인 기후환경은 분명 내가 어릴 때와는 다르다. 내가 어릴 때 사실이 아닌 것들이 지금은 사실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나 같은 기성세대는 과거의 내 경험으로 기후변화를 판단하면 안 된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가을비는 빗자루로도 피한다’ ‘가을비는 수염 아래서도 피한다’. 즉 가을에는 비가 적게 내리기에 빗자루나 수염으로조차 비를 피할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올해 가을 우리는 엄청난 비를 맞이하였다. 한국의 제주에는 200년 만의 가을 폭우가 내렸고 저 멀리 유럽 스페인에서는 엄청난 집중호우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 세상은 변했기에 나의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으로 세상을 만만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정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규정된 아이들의 4대 권리, 다시 말해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을 중심으로 기후위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생존권이란 아동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안전한 집에서 생활하며, 아플 때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권리다. 기후변화에 의한 폭염, 집중호우, 가뭄, 산불 등으로 식량 생산량은 감소하게 되었다. 식량 생산량 감소에 의한 식자재 가격 상승은 기후불평등을 야기하여 빈곤계층 또는 빈곤국가의 어린이들에게 식량 부족으로 인한 생존의 위협을 야기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지 변화로 고유 먹거리가 사라지게 되면서 영양소가 고르게 포함된 식단 구성이 어려워짐에 따라 아동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누군가는 영양 보충을 위해 건강보조제를 먹으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 또한 경제적 여건이 갖추어져야 하기에 당연한 권리를 지켜줄 만한 대안은 되지 못한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야

발달권이란 아동은 교육을 받고, 여가와 놀이를 즐기며, 충분히 휴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권리다. 불과 몇년 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을 경험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겠지만 전염병의 확산은 학생들의 정상적인 등교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교육의 질적 저하를 유발하였다. 사회적 단절은 결국 온라인 교육이라는 대안으로 해결이 되는 듯 보였지만 교육 수준이 낮아지고 아동의 지적 발달 및 사회성 향상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현재 이러한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이 힘들다고 알려져 있던 전염병 유발 매개체인 모기나 진드기가 번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기후변화로 극심한 홍수와 가뭄이 더 자주 발생하면서, 식수 오염과 같은 위생 문제로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전염병과 같은 2차 피해가 아니더라도 올여름과 같이 극심한 폭염과 빈번한 열대야에서는 아이들의 교육이나 체력 향상을 위한 외부 활동이 줄어 정상적인 신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보호권이란 아동은 폭력, 학대, 착취 등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권리다. 2022년 강원도 영동지역에서 역사에 남을 큰불이 났다. 불은 일주일 동안 영동지역을 삼킬 듯이 번지다가 비가 내리면서 막을 내렸다. 엄청난 화력으로 인해 인간이 불을 끌 수 없었고 겨우 비가 내려서 불을 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캐나다, 스페인 등 많은 지역에서 강력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의 산불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발생 빈도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2022년 강원도에 산불이 났을 때 눈에 띄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산불 피해 아동 170여명 트라우마 호소…심리 지원 절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 자신의 삶을 앗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이들을 덮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트라우마는 비단 한국 아동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지구 어딘가에서 진행 중인 기후변화의 직접적 또는 2차 피해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단풍 볼 기회 남겨줘야

마지막으로 참여권이란 아동은 자신과 관련된 일에 참여하고, 의견을 말하며, 그 의견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권리다. 아동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의 2022년 조사(대상자 660명)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약 85.4%가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기후위기 문제를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선 약 43.3%가 ‘보통’이라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전체의 약 62.1%가 2021년 기후위기 교육에 6시간 미만을 소요했으며, 약 43.7%가 학교에서 기후위기 관련 활동을 한다면 참여해보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종합하면 기후위기 교육에 대한 아동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와 같은 어른들 즉 기성세대가 많이 부족했다는 증거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기후위기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이러한 수요에 맞게 얼마나 양질의 교육을 공급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다.

정리해보면 아동의 4대 권리를 기준으로 볼 때 기후위기는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판사가 아니기에 함부로 말할 것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목도한 사실만 놓고 보면 그런 판단이 든다. 감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토해보면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면 결국 앞으로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표현이 막연한 사람들에게도 아이들의 내일을 위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보자는 표현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에서는 어느덧 기성세대, 교수, 정부위원회 위원, 과학자 등 여러 타이틀을 갖고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여러 정책 개발 및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하자는 것이 좀 더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인 것 같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은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는 한국의 자연환경 그리고 온화한 날씨이다. 11월이 지나도 단풍이 보이지 않는 푸른 나무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도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기후를 남겨주어야 한다. 다양한 외부의 방해 요인과 내부의 고민이 쌓여가겠지만 우리 모두가 탄소중립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한다면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 기회는 있을 것이다.

■정수종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근무 중이다. 연구팀을 꾸려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밝히기 위한 관측 및 모델링 연구를 진행 중이며, Global Carbon Project, 유럽 항공우주국 기후 모니터링, NASA 온실가스 및 생태계 모니터링 등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2018년부터 서울 남산타워 꼭대기에서 도시의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정보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