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통해 나를 성찰…자립의 꿈 키워”
바리스타·문화체험 등 다양…“창업 도전해 볼 생각”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글을 쓰면서 알게 됐죠. 과거에는 사람답게 살지 않았다는 것과, 내가 변하지 않으면 원하는 미래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요.”
지난 15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A씨(47). 노숙인 생활을 하던 그는 2022년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수업을 듣고 자신의 삶이 변했다고 했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과 저소득층의 자존감과 자립의지 회복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A씨는 “역사 같은 인문학 지식을 배우는 것도 재밌었지만, 내가 누구인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삶의 의욕을 되찾은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한 자회사 채용시험에 합격해 근무 중이다. 또래 여성과 결혼도 했고, 노숙인 시설을 떠나 공공임대주택에 둥지를 틀었다. 이제 ‘내집 마련’이라는 다음 목표도 생겼다.
이날 서울시청에서는 올해 희망의 인문학 과정 수료식이 열렸다. 수강생 250여명이 학사모를 쓰고 가운을 두른 채 모였다.
서울시는 2008년 희망의 인문학을 시작해 2012년까지 수료생 4000여명을 배출했다. 이후 중단됐다가 10년 만에 재개돼 2022년 303명, 지난해 696명에 이어 올해 827명이 과정을 완주했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센터와 자활관리시설 35곳에서 주관하는 ‘희망과정’, 서울시립대와 숭실대에서 주관하는 ‘행복과정’으로 짜인다. 희망과정은 철학과 글쓰기, 문학, 역사 등 인문학을 중심으로 심리·건강, 문화·예술을 망라한 프로그램 64개로 구성돼 있다. 올해는 바리스타·조리사 등 취업 관련 프로그램, 심리상담·음악·서예 등으로 강좌가 확대됐다.
행복과정은 각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강의에 고궁 등에서의 역사체험, 문화체험, 체육활동 등 현장학습이 더해진다.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 사물놀이패 활동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강의에선 다양한 인문학 분야 지식 전달 외에도 오랫동안 고립된 사람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자신의 삶을 쓰고 발표하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다른 사람과 갈등을 빚지 않고 대화하는 방법도 배운다. 함께 움직이며 목표를 달성하는 체육활동을 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연착륙하는 길도 가르친다.
배움을 바탕으로 자립을 준비하는 수료생들도 늘고 있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숭실대 행복과정 수료생 이모씨는 “동기들끼리 만나서 같이 책을 보거나 토론하고 소통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과정을 마친 김모씨는 “앞으로 직업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에 사이버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립대 행복과정 수료생 서모씨는 “미래에 대해 계획하면서 지게차 자격증을 땄고, 가게를 열고픈 마음이 있어 한식조리기능사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수료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희망의 인문학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하시려는 분들이 있다면 서울시는 얼마든지 도움을 드려서 더 좋은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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