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 특활비·김건희표 예산 놓고…야 “깎는다” 여 “살린다”
삭감돼 넘어온 양평 고속도로
여당 복구 주장에 야당 ‘보류’
여야, 쟁점 예산 첨예한 대립
내달 2일 본회의 통과 불투명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8일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부처별 세부 심의에 들어갔다. 야당은 권력기관 특수활동비(특활비)와 ‘김건희 여사표’ 예산을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삭감한 대로 관철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여당은 원래대로 복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개별 예산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 1심 선고 등 정치적 이슈가 겹치면서 올해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결위 예산소위는 이날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예산안의 감액·증액 심의를 시작했다. 소위는 예결위원장인 박정 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으로 구성됐다.
정부·여당은 이날 국토교통위에서 야당 주도로 삭감돼 넘어온 용산공원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산의 원상 복구를 주장했지만 야당은 받아들이지 않고 보류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미군기지였던 용산공원 부지의 발암물질 검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두고 “(국토위에서 넘어온 대로) 특혜 의혹이 벌어진 구간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분리 발주해서 먼저 진행하고 주요 의혹이 해소됐을 때 예산을 반영하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런 프로세스로 진행하긴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고,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그 지역 교통 혼잡이 어마어마한데 빨리 해결해주자”고 예산 복원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부 기관의 특활비를 ‘권력기관 쌈짓돈’으로 규정해 삭감 1순위로 지목했다. 민주당은 지난 8일 법제사법위 심사에서 검찰과 감사원의 특활비 전액을 삭감했다. 19일 운영위 회의에서는 대통령실·경호처의 특활비를 삭감하려 한다. 민주당은 개식용 종식, 마음투자 지원 등 김 여사표 예산도 깎았다. 민주당은 반면 이 대표가 중시하는 지역사랑상품권(행정안전위)과 고교무상교육(교육위) 예산은 증액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권력기관들의 검증되지 않은 깜깜이 예산을 단호하게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 방탄을 목적으로 한 일방통행식 ‘묻지마’ 삭감 예산은 인정될 수 없고 정부안대로 되돌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수사에 소요되는 실제 경비인 검찰의 특수활동비 80억원과 특정업무경비 506억원을 전액 삭감했다”며 “민주당도 당론으로 추진한 개식용 종식과 관련된 육견업계 지원금을 정치적 예산으로 호도하는 등 프레임 덧씌우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딥페이크, 마약, 투자리딩방, 사이버도박 등 범죄 소탕 예산 확대, 육아를 위한 재택근무 장려금 확대 등을 민생 예산으로 제시했다.
여야는 예산소위가 의결안을 내면 오는 29일 예결위를 거쳐 내달 2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쟁점 예산에 대한 의견차가 큰 데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법을 예산부수법안으로 넣어야 해 법정시한 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오는 25일 이 대표가 위증교사 재판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을 경우 여야 대치가 격해지며 예산 심의에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조미덥·민서영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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