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전 해결 위해 한국의 개입 만류할 수 있다”

미 외교 전문가들이 본
트럼프 2기 한반도 정책

드로트베이하레즈 | 사일러

“북의 완벽한 비핵화 대신
핵 감축 등 제한적 합의로
잠재적인 전환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 외교안보 진용 인선을 완료한 가운데 차기 미 행정부 한반도 관련 정책의 윤곽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최우선 과제로 꼽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한 병력의 전투 참여가 확인되면서 한반도 정세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다르시 드로트베이하레즈 아시아프로그램 연구원은 17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러 군사협력 이후 유럽을 넘어서 다중 전구(戰區) 차원의 안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개인적인 외교나 양자 합의를 선호하는 트럼프식 접근이 난관에 처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해결을 추구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만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군의 전투 참여 등 활동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용 무기 지원 검토를 공식화한 것을 트럼프 2기가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열었던 트럼프 당선인은 2기에서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드로트베이하레즈 연구원은 북·러 상호방위조약 비준으로 인해 북·미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트럼프 1기와는 매우 다른 맥락에서 진행될 것”이며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능력 감축 등) 제한적인 합의를 추구하는 쪽으로의 잠재적인 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도 서면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그러했듯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루겠다고 하겠지만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김정은이 미국이나 한국과의 외교에 관심이 없으며 그가 대화에 나서도록 할 유인책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2기도 “제재, 압박, 고립, 억제 중심의 강경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화 여지를 열어둘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급격히 전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2010년 연평도 포격과 같은 대남 도발, 북방한계선(NLL) 전면 무효화 조치에 나설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에 강력 대응할 경우 미국이 수위를 조절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한·미관계와 관련해선 “트럼프의 거래 관계, 방위비 분담에 대한 강조가 동맹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드로트베이하레즈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한반도에서의 (북한 위협) 억지를 넘어서 복잡한 안보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게 되면 동맹에 대한 트럼프의 회의적 시각이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은 다소 누그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타결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 요구가 현실화할 수 있다면서 “한국이 핵심 기술 분야의 제조시설을 공화당 강세 지역인 텍사스·조지아 등에 건설했거나 짓고 있다는 점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